정경유착 억만장자 천국…"정실자본주의 세계 1위는 러시아"

이코노미스트지 조사…중국 21위·미국 26위
전 세계에서 러시아 국민들이 정경유착으로 가장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조사해 발표하는 정실 자본주의 지수(crony capitalism index)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정경유착 산업 부문의 억만장자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9%를 차지해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채택한 국가나 도시에서 정경유착 등으로 특정 집단에 혜택이 쏠리는 정실 자본주의가 국민 생계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카지노업, 석탄업, 방위산업, 예금·투자은행업, 인프라, 에너지산업, 항만·공항, 부동산·건설, 철강·광산, 유틸리티·통신 등 정부 인허가가 필요하거나 정부 의존도가 높은 10개 업종을 정실 자본주의 산업으로 선정해 분석했다.또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전 세계 부호 재산 자료를 가져와 10가지 업종에 종사하는 억만장자의 재산이 해당 국가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사람들이 정경유착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경유착 자본가의 재산은 25년 전 세계 GDP의 1%인 3천150억달러(421조원)였으나 현재는 세계 GDP의 3%인 3조달러(4천14조원)로 증가했다.증가분의 약 65%는 미국, 중국, 인도와 러시아가 차지했다.

전 세계 정경유착 자본의 40%는 독재 국가에서 나왔으며 이들 국가 GDP의 9%에 달했다.
러시아는 지난 2021년 조사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다만 정경유착으로 축적된 러시아 재벌들의 재산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로 인한 서방의 제재로 2021년 4천560억달러(610조원)에서 올해 3천870억달러(517조원)로 감소했다.

러시아에서 정경유착 외 산업의 자본은 전체 5분의 1에 불과하며, 이는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설명했다.

러시아의 뒤를 이어 체코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멕시코가 순서대로 2∼5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1위에 올라 이전 조사(10위)보다 11계단이나 하락했다.

이는 민간 기업을 단속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정책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국 내 GDP 대비 정경유착 자본 비율은 2018년 4.4%에서 현재 2.5%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정경유착 자본 비율이 2%에 불과한 미국은 26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는 일부 정경유착 자본 특성을 보이는 기술 부문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지난 2017년 미국 내 20대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는 전체 산업 매출 중 절반을 차지했으며 이들은 미국 정부에 가장 많이 로비하고 있다.

정경유착 산업으로 기술 부문이 포함될 경우 미국의 GDP 대비 정경유착 자본 비율은 6%로 상승한다.

올해 지수에서 10위를 차지한 인도의 GDP 대비 정경유착 자본 비율은 지난 10년 사이에 5%에서 8%까지 뛰어올랐다.

그간 인도에서는 최근 분식회계 의혹 등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폭락한 인도 아다니 그룹의 가우탐 아다니 회장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유착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 재벌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도자다"라고 표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정실 자본주의 지수 순위를 공개하지는 않았다.한국은 지난 2016년 조사에서는 20위, 2021년 조사에서는 2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