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G 사태' 라덕연, 北 사업 계기로 정치권 인맥 넓혔다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이사장, 최문순 전 지사 등과도 만남
남북 교류 사업 관심있는 정치인 인맥 확보
사진=연합뉴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주요 피의자로 거론되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가 북한 사업을 매개로 정치권과 재계 인맥을 넓힌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기도의회와 본지 취재에 따르면 2019년 라덕연 대표는 아리투어라는 북한 전문 관광 여행사를 설립했다. 아리투어의 대표이사는 처음 라 대표가 맡았지만 이듬해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줬다. 주식회사 남북경협의 대표는 김 이사장이, 사내이사는 라 대표가 맡았다. 사무실도 공유했다. 라 대표의 회사인 호안과 남북체육교류협회의 사무실, 주식회사 남북경협의 사무실은 모두 역시 경기 고양 일산서구 한류월드로 300 7층에 함께 있었다.

김 이사장은 남북 교류 산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2006년 통일부 산하 비영리 법인인 남북체육교류협회를 설립하고 이사장직을 계속 맡아왔다. 2007년엔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의 북한 대표팀 공동단장을 맡았다. 2011년 11월엔 중국 단둥에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아리스포츠란 회사를 만들어 축구화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때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공장을 찾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남북 교류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폭넓은 인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투어는 출범과 동시에 남북경협 공식 여행사로 지정됐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아리투어를 남북경협 공식 지정 여행사로 소개했다. 북한 초청장 발급 등을 대행하는 것으로 소개가 됐다. 이들을 잘 아는 한 측근은 “김 이사장이 북한을 매개로 정·재계 인맥이 넓어 라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치인들과 꾸준히 만났다”고 말했다.

라 대표와 김 이사장을 연결해주는 중간 다리엔 남북체육교류협회 협회 중앙위원회 회장을 맡았던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이 있다. 김 이사장은 2021년 이 회장이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립 반대에 대한 1인 시위를 할 당시에도 지지방문을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라 대표는 경기도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 이 회장의 기탁금 5000만원을 대신 내줬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한 측근은 “라 대표가 이들에게 여러 도움을 주며 이를 발판삼아 인맥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라 대표와 연락을 안한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실제 라 대표는 김 이사장과 함게 2020년 열린 ‘평창 평화 포럼’에서 최문순 당시 강원지사와 만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 등이 보유했다고 전해진 북한 평양 사동구역 개발권에 대해서 소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스포츠 시설과 호텔 건축 사업 추진 계획도 알렸다.

작년 초 아난티그룹의 이중명 전 회장과도 관계를 맺은 것도 남북 사업과 관련된 인맥이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과의 친분은 라 대표의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이사진 선임으로 이어졌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의 대표는 이 전 회장이 맡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라 대표에 상당한 금액의 투자금을 건냈지만 현재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20여명의 이사진 가운데서도 라 대표에게 투자한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관련한 한 임원은 “올해부터 정기총회 등에 얼굴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이사진 명단에서 라 대표의 이름을 삭제한 상황이다.

김우섭/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