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일 정상회담 앞두고 독도 방문한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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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급랭시킨 野의 독도행“꼭 (독도를) 가야만 독도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수준 낮은 외교다.”
국익에 도움되는지 돌아봐야
맹진규 정치부 기자
2012년 8월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내린 평가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느닷없는 독도 방문이 국제 분쟁으로 비화하는 계기를 만들지 않길 바란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리자 독도를 방문하는 ‘악수’를 뒀고, 양국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한·일 셔틀외교도 2011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하기로 하면서 12년 만에 셔틀외교가 재개되는 등 훈풍이 부는 듯했던 한·일 관계에 악재가 터졌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독도를 방문하면서다. 한·일 정상회담을 불과 닷새 앞둔 시점이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사전 항의와 중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독도) 상륙이 강행됐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외교적 마찰이 커지자 여권에서는 “한·일 관계 회복을 방해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과를 축소하려는 악의적 전략이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대한민국 정치인이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에 방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본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외교 활동의 종착점은 국익이다. 야당 의원의 독도 방문이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당장 외교가에서는 이번 일로 인해 기시다 총리가 ‘성의 있는 호응 조치’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독도 이슈는 일본 우익이 집결하는 계기가 됐고, 기시다 총리는 정치인으로서 보수파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독도를 방문한 이 대통령을 민주통합당이 비판하고, 독도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인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에는 독도를 방문하지 않은 것도 독도 방문이 국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 당당하고 유능한 실용외교, 국익외교를 펼쳐달라”며 국익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야당 역시 자신들의 정치 활동이 외교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국익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익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