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 같았던 그시절 '라떼'는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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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8
오! 매지컬 뮤지컬
"1999년 홍대 밴드 활약하다 뜬금없이 뮤지컬 오디션 봐
연기라곤 교회 성극 경험뿐…그렇게 뮤지컬의 세계로"
세상에 없던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 arte.co.kr
그건 나에게 마치 길에서 만나는 ‘도를 아십니까?’ 같은 제안이었다. 연기도 춤도 춰본 적 없는데 뮤지컬 오디션이라니…. 하지만 노래만 부르면 된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해 원서를 접수하고 말았다. 오디션 당일, 분신이었던 가죽바지와 가죽점퍼 그리고 웨스턴 부츠를 신고 오디션장인 호암 아트홀로 향했다. ‘여기 올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듯한 기획사 직원의 묘한 눈초리를 받으며 배우 대기실을 안내받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여는 순간, 소란했던 대기실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오디션장에 있던 배우들은 긴 머리의 가죽옷을 입은 로커의 등장에 놀랐고, 나는 영화에서나 보던 형형색색의 헤어밴드와 무용복을 입은 배우들이 다리 찢고 있는 모습에 놀라 차마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노래만 부르면 된다는 말에 용기를 내 다시 대기실에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마치 죄인처럼 대기실 구석에 앉아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머리카락 사이로 주변을 살피던 중, 오디션 안무를 배우러 모두 모이라는 말에 얼떨결에 휩쓸려 오디션장에 들어갔다.
배우들은 조 안무가의 시범을 바로 따라 하며 순식간에 어려운 안무를 외워서 해내고 있었다. 나는 제일 구석에 서서 그 모습을 그저 신기하게 바라만 봤다. 잠시 후 다섯 명씩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이어진 노래 오디션 시간. 다들 뮤지컬 곡을 부르는데 아는 뮤지컬 곡이 없던 나는 당시 애창곡이었던 록 밴드 이글스의 ‘데스페라도(Desperado)’를 불렀다.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며 다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1차에 합격했으니 2차 연기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1차 합격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연기 오디션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