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무서워서 속내 얘기하겠나"…태영호 녹취록에 흉흉해진 의원회관

여의도 와이파이

유출자로 전·현직 보좌관 지목
"민감한 대화 불법녹음에 충격"
太 "수사 통해 끝까지 색출"
“오늘 회의에는 휴대폰 들고 들어오지 마세요.”

3일 한 여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보좌진과 회의하기 전 이렇게 지시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지난 2일 이후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 보좌진에게 휴대폰을 끄라고 요구하는 의원이 늘었다”고 전했다.이는 1일 방송사 보도에서 태영호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에게 말하는 내용을 녹음한 음성 파일이 보도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서 태 의원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한·일 관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면 다음 총선 공천은 문제없다고 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여당 최고위원에 선출된 태 의원이 이 수석의 축하 인사를 받은 직후 보좌진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의원과 보좌진은 녹음 내용 이상으로 녹취 파일이 유출된 것에 놀라고 있다. 여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의원과 보좌진 사이에 다루는 민감한 정보가 상당한데, 해당 내용을 그대로 유출했다는 점은 큰 문제”라며 “국회 사무실에서도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한 고참 보좌관은 “의원과의 대화를 녹음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비정상”이라며 “유출자의 신원이 밝혀지면 국회는 물론 공직 사회에서 일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공천을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활동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누군가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며 “이 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과 공천에 대해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실제로 2일부터 태 의원실의 전·현직 보좌진이 해당 파일을 유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태 의원실에서는 지난 한 달간 5건의 채용 공고가 올라오는 등 대규모 보좌진 교체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튜버 등이 실명을 거론해 유출 당사자로 지목한 A비서관에 대해 태 의원은 “녹취 발언 이전에 그만둔 사람”이라고 했다.

노경목/박주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