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지퍼 절반 이상 내려가"…'부산 돌려차기' 항소심 증언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에 담긴 가해 남성의 폭행 모습.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지난해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 항소심에서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피해자의 바지 지퍼는 절반 이상 내려간 상태로 앞단이 바깥쪽으로 완전히 접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3일 오후 부산고법 2-1형사부(최환 부장판사는)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호업체 직원 출신 30대 남성 A 씨에 대한 항소심 세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A 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귀가하던 20대 여성 B 씨를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장면에 따르면 A 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B 씨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가 갑자기 B 씨의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차기로 가격하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

이후 B 씨는 약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현재까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남성이 기절한 여성을 어깨에 둘러멘 뒤, CCTV 사각지대로 사라지는 모습. /사진= JTBC '사건반장' 유튜브 영상 캡처
이날 공판에서는 B 씨를 최초로 발견한 경찰관 C 씨와 B 씨의 언니가 증인으로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피해자는 피를 흘리며 누워있었고, 상의는 가슴 밑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며 "바지는 지퍼가 절반 이상 내려간 상태로 앞단이 바깥쪽으로 완전히 접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맨살이 많이 보이는 상태여서 바지 앞단을 정리했다"며 "피해자의 소지품과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속옷 착용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B 씨의 친언니는 "(동생의) 바지가 다 젖어 있을 정도 소변으로 오염돼 옷을 빨리 갈아입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쪽 다리에만 속옷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또 B씨의 하의는 일반적으로 벗기 힘든 특이한 버클이었다고 묘사했다.

재판부는 "발견 당시 피해자의 옷매무새 증언이 대부분 일치한다"면서도 "증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람이 쉽게 벗기 힘든 구조의 청바지에 대해 증언만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법정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DNA 채취를 위해 대검찰청에 있는 피해자의 청바지를 확보해 검증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과 같이 수감했던 2명과 면담한 진술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한편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A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으나, A 씨 와 검찰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