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치는 김기현, 동문서답 이재명…극과극 언론 대응법 [여의도 와이파이]

말실수 줄이려는 전략이란 평가 나와
전문가, “본질 같아...국민 질문에 성실한 대답해야”
사진=뉴스1
최근 정치권에선 여야 대표의 서로 다른 '언론 취재 대응법'이 화제다. 정치인 중에서도 정당 대표의 발언은 토씨 하나에도 큰 의미가 부여되는 만큼,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특히 불리한 질문일 땐 답변 성향의 차이가 극대화돼 나타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불리한 질문이 이어지면 ‘공격수’처럼 쏘아붙이는 화법이 특징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은 하지만, 알맹이 없는 대화가 적지 않다. 지난 2일 김 대표와 취재진 간에 오간 대화가 대표적이다.
취재진 : 태영호 의원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간 대화에 공천 관련 언급이 있습니다.
김 대표 : 대변인이 얘기 할 겁니다.
취재진 : 공천 관련 발언이 있었다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김 대표 : 누가 발언했다고요?
취재진 : 이 수석이 태 의원한테 공천 관련 발언을 했자나요.
김 대표 : (본인들은 관련 발언이) 없다고 하던데?
취재진 : 태 의원은 본인이 과장해서 말한 거라고 하시던데요.
김 대표 : 없다는데 왜 있다 그래요?
취재진 : 없다는 게 무슨 의미죠?
김 대표 : 아니, 태 의원이 관련 발언이 없다고 했자나요.
취재진 : 그래도 녹취록엔 공천 관련 발언이 있습니다.
김 대표 : 본인이 과장했다고 했자나요.
취재진 : 과장해서 말한 거라면 그 발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시나요.
김 대표 : (웃음)
취재진 :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김 대표 : 아니, 팩트를 가지고 얘기해야죠. 당무 개입 안 했다는데 했다고 하면, 안 했다는데 했다고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하나요.
취재진 : 녹취록에선 태 의원이 보좌진한테 이 수석이 이런 말을 하더라 하는 공천 관련 언급이 있습니다.
김 대표 : 아니, 그러니까. 태 의원이 부풀렸다는 거자나. (이 수석이)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취재진 : 그래도.
김 대표 : 아니, 안 했다는데 왜 자꾸 질문하세요?
‘워싱턴포스트(WP)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주어 오역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김 대표는 관련 질문에 “대통령 발언은 대통령실에 물어봐야 한다”며 기자들에게 반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불리한 질문엔 주로 ‘수비수’적인 화법을 쓴다. 자신을 향한 사법 리스크나 당 현안을 묻는 말에 대부분 묵묵부답으로 대응한다. 동문서답으로 화제를 돌려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도 많다.

최근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자 "김현아 의원 수사는요?" "박순자 의원 수사는요?"라는 이 대표의 발언은 여의도에서 화제가 됐다. 국민의힘 소속 전직 국회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점을 상기키시며 화제 전환을 한 것이다. 당 내에서조차 '당 대표가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물타기'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취재진: (돈 봉투 의혹 관련) 송영길 전 대표와 연락할 계획이 있나요.
이 대표 : ...
취재진 : 송 전 대표와 통화 하셨나요.
이 대표 : ...
취재진 : 당 차원의 조치 계획은요?
이 대표 : ...
취재진 : 송 전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대표 : ...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갑니까. 관심이 없으신가보군요.
다른 날 이 대표와 취재진 간의 또 다른 대화다.
취재진 : 윤관석 이성만 의원이 자진 탈당했는데, 대표님이 직접 설득하신 게 맞습니까.
이 대표 : 본인들이 결단하신 겁니다. 본인들이 당을 위해서 결단하신 거니까 그렇게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취재진 : (두 의원은) 탈당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당에서 따로 제안한 게 있을까요.
이 대표 : 우리 태영호 의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갑니까.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여지던데.
취재진 : 검찰 수사가 진행된 다음에 탈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이 대표 : 태영호 사건을 검찰이 수사한다고요? 원래 의무적 수사사항이라고 하던데. 고맙습니다.

두 대표의 화법은 최근 말실수가 당의 구설로 자주 오르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은 최근 당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로 김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사과를 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는 자신이 나서면 당내 계파 갈등을 촉진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잦은 말실수로 지지율을 깎아먹는 가운데, 이 대표는 주변에 '말 실수를 조심하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스스로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생각하는 점도 신중한 발언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줄곧 “기울어진 언론 환경이 나를 악마화한다”고 주장해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두 사람의 표현이 차이가 있어도 본질적으로는 같다”며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들에게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성실하고 명확하게 대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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