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짜리 바나나 먹은 서울대생' 전세계로…해외서 칭찬받은 이유
입력
수정
전세계 주요 외신서 관련 소식 보도한 서울대생이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품을 먹은 사건으로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주요 외신에서 이를 알리면서 전 세계로 논란이 퍼져나갔다. 국내에서는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진 반면, 해외에서는 "잘했다"며 해당 서울대생을 칭찬하는 반응으로 도배돼 평가가 엇갈렸다.
국내에선 "작품 훼손이다" 비판 쇄도
해외에선 "예술 완성" 대부분 칭찬
화제가 된 작품은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Comedian)'이다. 하얀 벽면에 은색 덕트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 놓은 작품으로, 미술 시장 현실을 조롱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가격은 12만달러로 한화로 약 1억5000만원에 달한다.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카텔란의 개인전 '위(WE)'에서 전시되고 있다.지난달 27일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하는 A 씨는 전시된 바나나를 떼먹은 뒤 그 자리에 바나나 껍질을 붙여놓으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미술관 측이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묻자 그는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벽에는 새로운 바나나가 다시 붙었다. 미술관은 2~3일에 한 번씩 신선한 바나나로 교체해 전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술관 측은 A씨에 대해 별다른 손해배상 청구 등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카텔란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바나나라는 사물이 아니라 '바나나를 벽에 붙였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개념미술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A 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는 "카텔란의 작품은 권위에 대한 반항이다. 반항에 대한 또 다른 반항을 해보는 것일 수 있다"며 "제가 껍질을 붙이고 나왔는데 작품을 훼손한 것도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빗발쳤다. A 씨 행동이 단순히 관심을 받기 위해서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A 씨 지인이 A 씨 행동을 직접 영상으로 찍어 언론사에 제보한 것을 꼬집었다. 이들은 "먹으라고 갖다둔 게 작품의 의도냐", "저 바나나 보고 싶어서 전시회 갔던 다른 관람객들은 생각 안 하나" 등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건은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포브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CNN, BBC, NPR 데일리메일, 뉴욕포스트 등 대부분 주요 매체에서 다뤄졌다. 심지어 인도, 파키스탄, 중동 지역 매체들도 다루며 전 세계로 소식이 확산됐다. 대체로 외신들은 평가를 보류한 채 사실 관계만 나열했다. 이들은 대부분 "'배고픈 학생'이 1억짜리 바나나를 먹었다"는 제목을 사용했다.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어났다. 주요 매체에서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사를 공유하자 적게는 수백개, 많게는 2000개가 훌쩍 넘는 댓글이 달린 곳도 있었다.해외에서는 대부분 A 씨를 두둔하는 반응이 달렸다. A 씨를 비판하는 글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들은 "솔직히 바나나를 먹은 후가 더 예술 같아 보인다", "예술을 완성시킨 대가로 작가가 학생에게 돈을 줘야 한다", "이제는 행위 예술이 됐다", "돈세탁에 쓰이는 예술품에 학생이 오히려 잘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