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작가들 파업에 美 방송 '올스톱'됐는데…한국은? [연예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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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채널의 '더 투나잇 쇼', ABC의 '지미 키멀 라이브', CBS의 '더 레이트 쇼' 등 미국의 유명 심야 토크쇼들이 이번 주 방송은 과거 방송을 다시 트는 '재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16년 만에 진행되는 작가 파업 영향이다. 할리우드 작가들의 움직임에 한국의 방송가에서는 "국내 작가들에게선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할리우드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 작가들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들은 지난 2일(현지시간)일부터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 소속 작가 1만1500여명이 이에 동참하며 집필을 중단하며 미국 방송이 '올스톱'된 것. 조합 차원의 총파업은 2007년 이후 16년 만이다.USA투데이는 "이번 파업에는 CBS 'NCIS' 시리즈부터 디즈니의 마블 시리즈,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등 인기 콘텐츠의 작가들도 참여했다"며 "이들 제작이 완전히 멈춘 것"이고 전했다.
방송국과 제작 현장을 떠난 작가들은 "계약이 없으면 콘텐츠도 없다"는 문구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그리고 이들의 파업에 '레이트 나이트' 진행자 세스 마이어스와 '더 투나잇쇼' 진행자인 지미 팰런' 등이 "존중한다"면서 지지를 표명했다. '더 레이트 쇼' 스티븐 콜베어 역시 "모두가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작가들의 요구가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한 건 전날 영화·TV제작자연맹(AMPTP) 산하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NBC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소니 등과 기존 협약 만료를 앞두고 지난 6주 동안 진행된 임금 인상 교섭이 최종 결렬됐기 때문. 조합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을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으로 콘텐츠 붐이 일었지만, 작가들의 처우와 노동환경은 더 악화됐다는 입장이다. 제작 기간이 늘어나 노동 강도는 더욱 세졌지만, 작품 재판매 수익을 지급하는 재상영분배금(residual)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TV프로그램들의 시즌당 편수는 20회를 넘었지만 OTT 프로그램들은 8~10회 정도다. 에피소드당 급여가 계산되는 기존의 방식으로 환산하면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다. 여기에 프로그램당 작가 고용수도 줄어들었다. 최근에도 아마존, 애플, CBS,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이 비용 절감을 위해 콘텐츠 제작자들의 해고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반면 제작사과 대형 플랫폼들은 "우리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AMPTP는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성명에서 "업계의 장기적인 발전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접근했다"고 밝히면서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 업계가 흔들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회복 이후 많은 사람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떠났고, 이로인한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취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한국의 관련자들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현상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도 방송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작가들이 모인 한국방송작가협회와 영화 등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등이 존재한다. 이들은 작가들의 저작권과 권익 보호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파업 등의 단체 활동을 진행한 이력은 없다.
7년 동안 방송작가로 일하다 현재는 업계를 떠나 웹소설을 쓰고 있는 A 씨는 "신입 작가들의 처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이 일하고, 적게 번다"며 "'새끼작가'(막내를 칭하는 업계 은어)일 땐 매일 야근이라 월급보다 택시비가 더 많이 나왔고, 오래 버티면 수입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버티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환경이 힘들다고, 불합리하다고 다같이 바꿔보자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할리우드의 분위기가 놀랍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방송작가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파업한다고 빠지면 어딘가에서 '내가 하겠다' 손들고 들어갈 것"이라며 "워낙 프리랜서 성향이 강하고, 다들 살기 빠듯하니 '파업'을 감내하기 보단 '불합리함'을 견디는 걸 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반응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은 신인작가의 드라마 회당 고료도 1000만원 정도 수준으로 결코 낮지 않다"며 "파업의 성공 여부는 일반 대중들의 공감과 지지에 달렸는데, 유명 작가의 경우 천문학적인 고료를 받는 상황에서 과연 공감을 얻어낼 수 있겠냐"고 진단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