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쇼핑 성지"…외국인 관광객 늘자 '이 기업' 콧노래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수정
외국인이 돌아왔다, 롯데가 살아난다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다. 올 1분기에만 171만명이 방문했다. 코로나 이전 수준은 아직 아니지만, 서울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며칠 전엔 한국경제신문 본사 인근의 조용한 산책 코스인 약현성당에도 중화권의 패키지 관광객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의 최대 수혜주는 누구일까. 유통업체에선 단연 롯데를 꼽을 수 있다. 롯데지주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펜데믹 이후 거의 4년 만에 ‘외국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4일 기준 19개국 8만3000여 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 수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다. 그만큼 외국인들에게 익숙하다.세븐일레븐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 지역 10개 점포의 올해(1~4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10%가량 증가해 적어도 명동 상권만큼은 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들어와 제일 먼저 찾는 공항 내 세븐일레븐 점포 매출도 급증세다. 외국인 전용 유심카드 수요가 전년 동기대비 10배 증가했으며, 교통카드 판매도 20배가량 늘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연예인 교통카드뿐만 아니라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 국내 캐릭터가 그려진 교통카드를 찾는 관광객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다방면으로 K콘텐츠 위력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CU, GS25 등 경쟁사들과 달리 호텔이나 관광지 상권에 점포가 많은 편이다. 글로벌 인지도를 무기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펜데믹 시절엔 독(毒)이었던 이 같은 점포 구성이 최근엔 다시 효자로 변신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숙박하는 서울, 경기권 호텔 상권의 세븐일레븐 매출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했다.호텔 내 또는 인근에 있는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여행용 어댑터, 매운볶음라면, 허니버터아몬드 등이다. 위스키와 와인 등 최근 편의점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 잡은 주류도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품목으로 집계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명동 지역 점포엔 영어, 일본어 등의 외국어 가능자를 배치하고 7월부터는 여권 스캔만으로도 외국인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외국인 증가로 콧노래를 부르는 곳 중 하나다. 서울역점은 2019년까지만 해도 외국인 매출 비중이 50%에 달할 정도로 외국인의 쇼핑 성지 중 하나였다. 최근 들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나면서 올해 (23년 1월 ~4월 누계)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으로 올라섰다.
서울역점에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상위 5개 품목으로는 과자, 견과·미숫가루, 건해산물(김, 멸치 등), 커피·차, 퍼스널 케어(페이스, 바디, 헤어 제품) 등이 꼽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으로 제품을 판매 중인 중국인 ‘왕훙’(인플루언서) 고객 역시 많은 것이 특징이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국적은 대만, 일본, 중국 순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