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외식 한번에 30만원 잡았는데…" 40대 직장인 '한숨만'

고공행진 이어간 외식 물가
4월 햄버거·피자 가격 상승폭 10여년 만에 최대
가정의달 외식·모임 속 소비자 주머니 부담 가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최근 외식비 고민이 깊다. 가정의 달 점심·저녁 가족모임 계획을 세우며 하루 식대로 30만원을 잡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박씨는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연달아 있으니 매년 마음의 준비를 하지만 올해는 부담이 유독 크다. 아이들이 고기를 좋아해 갈빗집을 알아봤는데 가격대가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외식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주머니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메뉴인 햄버거, 피자, 치킨 등 외식 메뉴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데다 여름이 성수기인 냉면 등 메뉴의 몸값도 만만치 않게 오르고 있다.

외식물가 여전히 고공행진…햄버거·피자 몸값 '껑충'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지만, 외식 물가는 두 배 수준인 7%대를 유지했다. 특히 외식 메뉴 가격은 최근 10여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햄버거 물가는 작년 4월보다 17.1% 뛰었다. 주요 외식 메뉴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지난달 상승 폭은 2004년 7월(19%)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2월과 3월 각각 7.1%, 10.3% 오른 데 이어 지난달 17%대로 치솟았다.
서울역사 내 맥도날드 매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주요 프랜차이즈들 가격 인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각 햄버거 브랜드는 지난해 두어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가격 인상을 이어갔다. 올 들어 맥도날드, 노브랜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맘스터치 등 주요 브랜드가 줄줄이 값을 올렸다. 각사 대표 제품인 맥도날드의 빅맥 단품 가격이 5000원을 넘었고 버거킹 와퍼 가격도 7000원을 뚫었다.

지난달 피자 역시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피자 물가 상승률은 12.2%로, 2008년 11월(13.2%) 이후 14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1월 8.8% 오른 피자 물가는 2월 10.7%, 3월 12.0%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몸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던 치킨 가격도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달 치킨 물가 상승률은 6.8%로 올해 3월(5.2%)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8월(11.4%)부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다시 반등한 것.

지난해부터 이어진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3대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 메뉴는 모두 마리당 2만원대에 진입했다. 특히 교촌치킨은 지난달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렸다. 간장 오리지날 제품 가격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올라 인상률이 18.8%에 달했다. 인기 메뉴인 허니콤보는 2만3000원이 돼 3000~6000원 안팎 배달비를 고려하면 치킨 한 마리 3만원 시대가 임박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사이드메뉴를 묶어 파는 등의 '끼워팔기' 논란이 일며 소비자 체감 가격이 올랐다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각 프랜차이즈가 신제품,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나선 점도 체감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일례로 버거킹이 지난달 선보인 한정판 햄버거는 소고기 패티를 최대 네 장, 네 종류의 치즈를 넣은 제품으로 단품 가격이 1만6500원에 달한다. 음료 등을 묶은 세트로 주문할 경우 1만8500원으로 가격이 올라 2만원에 육박한다.

만원으로 서울서 냉면·비빔밥 먹기 어려워

사진=연합뉴스
서울에서는 1만원짜리 한 장으로 냉면과 비빔밥도 먹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기준 대표 외식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1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16.3% 뛴 자장면을 비롯해 삼겹살(12.1%), 삼계탕(12.7%), 김밥(10.3%)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비빔밥(8.6%), 냉면(7.3%), 김치찌개(7.5%) 등도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는 냉면의 경우 유명 맛집은 1만원대 중반을 넘어섰다. 일례로 봉피양은 지난 3월 평양냉면(물냉면)과 비빔냉면 가격을 종전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6.7% 인상했다. 지난해 초 가격을 1000원 올린 데 이어 2년 연속 가격을 올렸다. 메밀 가격 강세 여파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반영되고 있다는 추세다.

그러나 업주들 사이에서는 식자재비와 인건비 등 제반비용 상승을 고려하면 충분한 상승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토로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냉면집은 최근 물냉면 가격을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올렸다. 재료값 인상분을 더이상 견뎌내기 어려웠기 때문이지만 인상 후 고객들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해당 냉면집 사장은 "재료 가격이 너무 올랐지만 여기서 가격을 더 올리지는 못할 거 같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실제 푸드테크 스타트업(새싹기업) 마켓보로가 지난 2월 말 자사 외식 사업자 전용 식자재 구매 애플리케이션(앱) '식봄'에서 판매되는 식자재 2015개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1년 전보다 평균 1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식자재 2015개 중 84.4%인 1701개의 가격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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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정부가 식품 및 외식업계에 잇따라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지만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치킨, 커피, 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동향을 점검했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와 관련 협회에서 당분간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농식품부가 식품업계에게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할 것을 당부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