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어느 땐데…"찰스 3세에게 무릎 꿇어" 충성맹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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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 왕을 향한 대중의 '충성 맹세' 프로그램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영국 내 일부 시민단체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BBC 등 현지 언론은 오는 6일(현지시간) 열릴 대관식에서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준비한 '일반인 충성 맹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입헌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에게 충성의 '무릎 꿇기'를 요구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대관식을 집전하는 영국 국교회 최고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측은 30일 대관식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찰스 3세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오마주(경의) 의식 때 캔터베리 대주교, 윌리엄 왕세자에 이어서 현장에 있거나 TV로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통상 성직자, 왕족 다음으로 귀족들이 국왕 앞에 나와 무릎을 꿇었는데, 일반 대중들에게도 이를 요청한 것.
대주교 측은 이에 대해 "전통을 인정하고 기념하면서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웨일스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언어로 찬송가를 부르고, 영국 국교회 여성 성직자들의 역할을 넓혔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군주제에 반대하는 단체 리퍼블릭(Republic, the anti-monarchist organisation)은 "민주주의에서는 국가 원수가 우리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며 "이는 대중을 경멸하는 공격적인 제스처"라고 비판했다.녹색당 제니 존슨 상원의원도 "많은 이들이 군주제가 구시대 제도라고 생각하는 상황에 충성을 맹세하라는 것은 이상한 요구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교회 대변인은 "이 의식은 강권이 아니며 초청에 가깝다"며 "사람들이 국가 제창에 참여하는 것처럼 옳다고 느끼면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번 대관식에 대한 영국의 분위기는 ‘공손한 무관심’이었는데, 왕실이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추진한 새로운 시도가 오히려 반발 심리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실제로 영국 왕실은 현재 국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이후 왕실 지지율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실시한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대관식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이전까지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국립사회연구센터(NatCen)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45%는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1억파운드(한화 약 1700억원)에 달하는 대관식 비용에 대해서도 37%가 "왕실이 전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답했다. 영국 정부가 행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5%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BBC 등 현지 언론은 오는 6일(현지시간) 열릴 대관식에서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준비한 '일반인 충성 맹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입헌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에게 충성의 '무릎 꿇기'를 요구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대관식을 집전하는 영국 국교회 최고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측은 30일 대관식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찰스 3세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오마주(경의) 의식 때 캔터베리 대주교, 윌리엄 왕세자에 이어서 현장에 있거나 TV로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통상 성직자, 왕족 다음으로 귀족들이 국왕 앞에 나와 무릎을 꿇었는데, 일반 대중들에게도 이를 요청한 것.
대주교 측은 이에 대해 "전통을 인정하고 기념하면서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웨일스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언어로 찬송가를 부르고, 영국 국교회 여성 성직자들의 역할을 넓혔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군주제에 반대하는 단체 리퍼블릭(Republic, the anti-monarchist organisation)은 "민주주의에서는 국가 원수가 우리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며 "이는 대중을 경멸하는 공격적인 제스처"라고 비판했다.녹색당 제니 존슨 상원의원도 "많은 이들이 군주제가 구시대 제도라고 생각하는 상황에 충성을 맹세하라는 것은 이상한 요구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교회 대변인은 "이 의식은 강권이 아니며 초청에 가깝다"며 "사람들이 국가 제창에 참여하는 것처럼 옳다고 느끼면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번 대관식에 대한 영국의 분위기는 ‘공손한 무관심’이었는데, 왕실이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추진한 새로운 시도가 오히려 반발 심리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실제로 영국 왕실은 현재 국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이후 왕실 지지율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실시한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대관식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이전까지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국립사회연구센터(NatCen)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45%는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1억파운드(한화 약 1700억원)에 달하는 대관식 비용에 대해서도 37%가 "왕실이 전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답했다. 영국 정부가 행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5%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