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도 콕 집은 日 증시…"엔저시대, 환헤지 ETF로 공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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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국인 매수·기업별 주가부양책 등 늘어"일본 5대 종합상사는 전 세계에 뻗어있다. 다른 일본 회사들에 추가 투자도 고민 중이다."
"당분간 엔저 유력…환헤지 펀드 투자 유망"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투자 의향을 밝히며 주목받았던 일본 주식의 투자 유망성이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엔화 약세를 피할 수 있는 환헤지형 펀드로 공략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버핏 극찬에…日 외국인 매수액 10년 만에 최대
재미없는 주식의 대명사와 같던 일본 증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13.38%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상승률(6.97%)을 웃돌았다.주가 상승세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한몫했다. 지난달 11일 일본에 방문한 워렌 버핏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주식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은 특히 일본 종합상사에 대해 "앞으로 100년을 넘어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버핏은 2020년 8월 약 7조원을 들여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5% 이상씩 매입한 바 있다. 이후 지분을 꾸준히 늘려 현재는 각각 7.4%까지 늘렸다고 밝혔다.버핏의 긍정적인 인터뷰는 외국인 매수세 증가로 이어졌다. 인터뷰가 나간 주의 주간 외국인 매수액은 1조494억엔, 우리돈 약 10조340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11월 이후 최대다.
"주가 부양하라" 거래소 성화에 움직이는 기업들
자체적인 저평가 탈출 시도도 유의미했다는 평가다. 지난 2일 도쿄증권거래소는 우량 상장사가 모인 프라임마켓과 스탠더드 시장에 상장한 3300개사에 주가 수준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발표할 것을 요청했다. 작년 말 시장재편회의를 열고 만성적으로 낮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을 촉구한 후속 조치다.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래소 차원의 주가 부양책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납득이 간다. 닛케이225 기업 중 PBR 1배 미만 기업은 이번 달 기준 116개, 전체의 절반(52%)에 달한다. 미국 S&P500 5%, 유로스톡600 24%보다 훨씬 높다.저평가를 개선하려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 중이다. 일본 시계 브랜드인 시티즌워치(Citizen Watch)는 지난 2월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자사주 25.61%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 주가는 연초 대비 19.9% 올랐다.
지난 10년간 PBR 1배를 넘긴 적이 없던 다이닛폰인쇄(Dai Nippon Printing)도 움직였다. 2월 "PBR 1배 이상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뒤 PBR은 0.6에서 0.91까지 올라섰다. 주가도 연초 대비 50.35% 올랐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저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엔저 유력…"환헤지 ETF로 투자 유망"
유일한 변수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다. 일본은행은 당분간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8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0.1%) 동결과 YCC 정책 유지를 결정했다. 통화정책회의 이후 엔화는 약세로 전환했고 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엔화 약세는 국내 투자자에겐 악재다. 지금 투자한 가격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시세차익을 봤더라도 환율 변동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뉴욕 증시에 투자했던 서학개미들이 큰 시세차손을 보고도 달러 강세 덕분에 손실을 만회했던 이유와 동일하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는 피하면서 수익률만 쫓을 수 있는 환헤지 펀드를 통해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방법을 조언한다. 환헤지란 환율을 고정해놓고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엔화 가치가 얼마나 바뀌든 특정 시점의 환율로 수익이 계산된다. 주식명 뒤에 (H)가 붙는다.
국내 상장된 일본 관련 해외주식형 ETF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TOPIX(합성H)',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일본Nikkei225(H)' 등이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일본 하면 '잃어버린 30년', '고령화' 등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일본 기업 그 자체로 바라본다면 여전히 매력적인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