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숨겨둔 직장은 옛말"…잘나가던 교직원의 위기 [권용훈의 직업 불만족(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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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학생 수 감소 여파
업무 환경 매년 급격히 안 좋아져
임금 인상률 실질적으론 마이너스
명예퇴직 희망자 매년 줄 설 정도
지난 4일 오후 1시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가. 편안한 복장의 대학생들 사이로 '칼정장' 차림의 30대 교직원이 걸어나왔다. "연휴를 앞두고 일주일동안 야근을 했다"는 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간단히 자신을 소개하자면.
서울권 대학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교직원입니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대학 수업이 정상화되면서 다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죠(웃음).
▷출퇴근 시간대가 어떻게 되나요.
보통 직장인들처럼 오전 9시까지 출근해서 오후 6시 정도에 퇴근해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다 쉴 수 있고요.▷월급은 얼마나 받나요.
실수령 금액은 300만원 중반 정도 됩니다. 은퇴하면 사학연금을 받게 되는데 이 금액이 꽤 높아서 연차가 쌓여도 월급이 별반 달라지지 않아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업무 분야마다 다르죠. 교학, 연구지원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로 재학생과 교수님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요즘 명예퇴직 신청자가 많다던데요.
교직원들은 퇴직금이 따로 나오지 않아요. 요즘에는 명예퇴직하고 퇴직금을 수령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듣기로는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교직원들이 대학마다 줄을 섰다고..▷야근이 많다고 들었어요.
10년 넘게 대학 등록금이 동결됐잖아요. 대학에서는 교수를 줄일 수 없으니 돈을 아끼기 위해 교직원을 대폭 줄였습니다. 지금은 과거 두세명이 할 일을 한 명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야근을 할 수밖에 없죠. 작년에는 야근만 200시간 넘게 하기도 했어요(하하)
▷교직원으로 일하면 장점은 뭔가요.
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대학에서 일하면 건강검진이나 각종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또 일반 직장인과 비교하면 실적이나 성과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는 부분이 장점인 것 같아요.▷교직원은 자대 출신이 많나요.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저흰 절반가량이 자대 출신입니다. 아무래도 모교를 생각하는 마음을 많이 어필하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웃음).▷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이번에 '천원의 아침밥' 제도를 도입하는 업무를 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만족해줘서 기억에 남아요. 제가 이 대학을 졸업했으니 전부 후배들이잖아요.
▷업계에서는 어느 대학이 인기가 많나요.
학생들 사이에선 서울대가 제일 인기가 많죠? 업계에선 조금 다릅니다. 서울대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어요. 서울대는 대부분 무기계약직을 많이 뽑는다는 얘기가 많고 급여도 생각보다 적어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건대가 인기 많습니다. 지방권에는 카이스트(KAIST), 영남대를 선호하죠. 돈을 많이 준다는 입소문이 자자하거든요(하하).
▷신이 숨겨둔 직장이라고 하던데.
등록금 동결하기 전에 돌던 말이죠. 전부 옛말입니다. 학령 인구까지 줄어들고 있어서 지금은 신이 버린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와요. 업무 환경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죠. 연말 성과급도 없고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생각하면 매년 마이너스인 셈입니다. 지방 대학에서 일하는 교직원은 재정 상황이 안 좋아서 임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가족이나 지인에게 추천할만한 직업인가요.
추천하진 않습니다. 앞으로 미래가 안 보여요.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다 등록금도 동결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잖아요. 대학에서 돈을 아끼려면 교직원 수를 줄이거나 낡고 고장 난 시설을 방치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남은 교직원들도 앞으로는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영업사원처럼 뛰어다녀야 할 겁니다.
#직업 불만족(族) 편집자주
꿈의 직장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서도 매년 이직자들이 쏟아집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대(大) 이직 시대'입니다. [직업 불만족(族)]은 최대한 많은 직업 이야기를 다소 주관적이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색 직장과 만족하는 직업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직장 생활하는 그날까지 연재합니다. 아래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인터뷰 요청·제보 바랍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