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5년내 TSMC 잡는다" KAIST서 강연

"2nm 파운드리 기술력 앞설 것"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사장)이 5년 안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 사장은 4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의 꿈과 행복: 지속 가능한 미래’ 강연에서 “냉정하게 얘기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TSMC에 1~2년 뒤처져 있다”며 “하지만 TSMC가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 들어오는 시점부터는 삼성전자가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이어 “5년 안에 TSMC를 앞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경 사장의 자신감은 삼성전자가 3㎚ 파운드리 공정부터 세계 최초로 적용하기 시작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에 근거한다. GAA는 반도체에 흐르는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하고 충분한 양의 전력이 흐르게 하는 신기술이다. GAA 공정을 활용하면 기존 공정 대비 면적은 45% 작고, 소비전력은 50% 적게 드는 칩을 생산할 수 있다.

TSMC는 삼성전자와 달리 2㎚ 공정부터 GAA 기술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추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경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의 4㎚ 기술력은 TSMC보다 2년, 3㎚는 1년 정도 뒤처져 있다”며 “하지만 TSMC가 2㎚에 들어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삼성 D램, 2028년 슈퍼컴퓨터 핵심 될 것"
GAA 기술로 45% 작은 칩 생산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사장·사진)은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고객사도 계속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3㎚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고객사명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알 만한 거의 모든 기업이 같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구글, 퀄컴 등이 삼성전자의 3㎚ 공정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서도 ‘초격차’ 확보를 위해 패키징(후공정) 기술력을 키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경 사장은 “반도체의 공정 미세화가 (더 이상) 어려워지면서 결국 패키징을 통해 성능을 높이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DS부문에 어드밴스드패키지팀을 만들었고 3~4년 내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은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성”이라며 “지금은 약해졌지만 D램, 낸드플래시 모두 ‘넘버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아낌없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론 인공지능(AI) 서버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제시했다. 경 사장은 “2028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이 되는 슈퍼컴퓨터가 나올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강연장에선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로 삼성전자가 받는 영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경 사장은 “중국 시안 공장 투자에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전체 사업에 영향을 줄 만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엔지니어를 유치하기 위해선 “경기 평택에 근무하는 연구개발(R&D) 인력을 동탄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경 사장은 학생들에게 삼성전자의 조직 문화와 관련해 ‘끊임없는 도전’이 가능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들어 가는 일이 삼성전자 DS부문이 지향하는 바”라며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스스로 주인공으로서 결정할 수 있고, 실패할 자유가 보장되는 ‘심리적 안전감’이 DS 부문의 문화”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KAIST를 시작으로 향후 다른 학교에서도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KAIST를 포함한 국내 대학 7곳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등 반도체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계약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취업이 보장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는 등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대전=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