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5% 성장·4%대 물가·외국인 투자확대…경제훈풍 이어가

루피아 강세·금리 동결 이어지며 내수도 강세
내년 선거 앞두고 투자 지연 등 우려도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 경제가 높은 원자재 가격과 외국인 투자 확대, 내수 회복 등에 힘입어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BC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년 전보다 5.03% 성장했다.

당초 금융시장에서는 4%대 성장률을 예상했지만, 이를 넘어선 것이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지난해 5.31% 성장하며 9년 만에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5%대 성장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경제가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는 석탄과 팜유 수출이 늘어나면서 지난 1분기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1.68%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수출 증가율이 둔화했지만, 확장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1분기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1년 전보다 20.2%(루피아화 기준) 증가했다. 특히 금속 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세계 1위 보유·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니켈을 원광 형태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련·제련을 거친 제품 형태로만 수출하고 있다.

단순 광산업에만 의존하기보단 금속가공 산업을 키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니켈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인도네시아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 포스코 역시 최근 인도네시아 할마헤라섬 웨다베이 공단에 총 4억4천100만 달러(약 5천900억원)를 투자, 니켈 중간재인 니켈매트 생산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구리와 보크사이트 등 원광 수출 금지 품목을 확대해 금속 가공 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물가가 안정되면서 통화긴축 정책을 펼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3%로 2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한때 6%에 육박했지만, 이제는 목표치(2∼4%)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BI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5%에서 5.7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오히려 경기 호황으로 루피아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6% 상승했다.

이처럼 물가와 금리가 안정되면서 내수 호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제조업 부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7로 전월 대비 0.8포인트 상승, 20개월 연속 기준선(50)을 넘었다.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인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며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 속도도 다소 느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2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생산이 둔화하고 외국인 투자가 지연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세계 경제 둔화로 원자재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로 28개월 만에 감소했다.

1년 전보다 팜유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출액이 줄어든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미스트의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개러스 레더는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원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면 인도네시아 수출이 부진할 수 있다"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4.8%에 그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