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소아과 간판 내리겠다" 선언에…의사회 특단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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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미용 등 희망 분야 트레이닝문을 닫는 소아청소년과(소아과)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만성질환·미용·통증 클리닉 등 다른 진료과목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소아과 의사들을 지원하는 작업이 본격화돼서다.
의사 521명 진료전환 교육 신청
소아과 '오픈런' 현상 심해질 우려도
이는 저출산, 낮은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진료량 급감 등의 이유로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소아과 간판을 내리겠다"고 폐과 선언을 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7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달 28일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일반 진료역량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사전교육 성격의 '총론' 강좌 참여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한 지 이틀 만에 350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4일 기준으로는 총 521명이 신청했다.
이와 관련,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내달 1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총론 강좌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미용, 비만, 하지정맥류, 천식 진단과 진료, 당뇨 진단과 관리, 고지혈증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의 특성에 대해 소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이 같은 총론 강좌를 주기적으로 마련해 회원들이 소아과 진료 이외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총론 강좌를 진행한 뒤에는 미용, 당뇨, 고지혈증, 하지정맥류 등 회원 희망 분야별로 학원처럼 정예반을 운영하는 교육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초음파 검사, 통증 치료 등 실습도 지원한다.턱없이 낮은 진료비로 버티고 있었던 데다, 유일한 비급여 시술이었던 소아 예방접종도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건강보험에 적용되면서 동네 병·의원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게 의사회 측의 입장이다.
임현택 의사회장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태로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다. 지난 5년간 662개가 폐업했다.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됐고 동남아 국가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사회는 다른 진료과로 전환을 희망한 소아과 의사들이 교육을 거쳐 새로운 진료를 시작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다만 동네 소아과가 일반 진료과로 전환될 경우, 병·의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의사회 측은 "소아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면서도 "동네 소아과가 경증 환자를 맡고 치료가 시급한 중증·희귀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빨리 보낼 의료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