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곳뿐인 '식물판 노아의 방주'에 자율주행 기술 쓰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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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백두대간식물원 시드볼트, 종자 20만점 보관
종자 영구보존시설은 노르웨이, 한국 두 곳 불과
LG유플러스 '스마트레이더' 기술로 원격 관리
"악천후, 먼지 심해도 침입자 탐지 가능"
시드볼트는 ‘씨앗들의 벙커’로 불린다. 지하 46m 깊이에 두께 60cm의 강화 콘크리트와 삼중 철판구조로 지어졌을 뿐 아니라 종자 보관을 위해 내부는 영하 20도, 상대습도 40%로 유지된다. 고강도 보안이 필수이지만 사람의 왕래 자체가 이 환경에 악영향이다. 이 까다로운 시설을 지키는 건 LG유플러스의 ‘스마트레이더’다. 이날 수목원에서 만난 이종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식물종자 영구저장 시설은 전세계에서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시드볼트’와 이곳뿐이라며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의 스마트레이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보안 관리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스마트레이더는 바닥에서 높이 2m에 설치된 레이더 센서로 시드볼트 내부를 탐지한다. 이 센서는 너비 약 50㎡의 실내에서 최대 5명의 동작을 가려낸다.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나 악천후, 먼지, 어두운 환경 속에서도 세밀한 탐지가 가능하다. 침입자가 들어오면 즉각 관제센터에 이 사실이 통보된다.
허영석 LG유플러스 스마트레이더사업스쿼드 책임자는 “77GHz 레이더용 반도체 칩 4개를 한데 모아서 물체 감지용으로 해상도를 높였다”며 “점 형태로만 사물 식별이 가능했던 기존 기술과 달리 사람의 형상과 자세를 입체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 레이더 센서에 방수 기능도 탑재시켜 재난 상황에서의 효용성을 더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선 보안용 레이더가 CCTV 시장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상 촬영 기반인 CCTV와 달리 스마트레이더는 전파 탐지 방식이어서 신원 노출 우려 없이 화장실 재실, 낙상사고 등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자이언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보안용 레이더 시장 규모는 2021년 83억2970만달러(약 11조1000억원)에서 2028년 127억8366만달러(약 17조원)로 연간 7.4% 성장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서울지하철 8호선, 한국시니어연구소, 경기 시흥의 한 초등학교 등에서도 스마트레이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향후 대형병원, 요양시설뿐 아니라 산업시설 등으로도 이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