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것만 팔렸다" 거품 꺼진 아트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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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기 접어든 미술시장“1년 사이에 싹 변했어요. 작년엔 작품을 확보하려고 보이는 대로 예약 대기를 거는 컬렉터가 많았는데, 올해는 ‘확실한 작가’가 아니면 대부분 지갑을 닫더군요.”
블루칩 작가 대작만 잘 팔려
"판매량 작년보다 크게 줄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에 이은 ‘넘버2 미술장터’인 아트부산(사진)이 열린 지난 4~7일 부산 벡스코. 이곳에서 만난 갤러리 관계자들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큰손’은 물론 이제 막 미술에 눈을 뜬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컬렉터로 가득 찼던 작년과 전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다. 한 중견 갤러리 대표는 “전시장을 찾는 사람도, 작품을 사는 사람도 작년보다 훨씬 줄었다”며 “과열한 미술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걸 아트부산이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한풀 꺾인 미술 투자 열기는 전시장을 한번 쭉 둘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지난 4일 오후 2시 VIP 프리뷰(사전관람) 오픈 직후엔 대형 갤러리 부스 중심으로 사람이 몰렸지만, 3~4시간이 지나자 대다수가 빠져나갔다. 벡스코 전시장을 관통하는 너비 15m의 통로가 텅 비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오후 6시가 지나자 방문객이 한 명도 없는 부스가 속속 나왔다.
A갤러리 대표는 “작년에는 문을 닫는 시간까지 행사장 곳곳을 누비는 컬렉터가 많았다”고 했다.
작품 구매 열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와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특히 그랬다. 젊은 MZ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갖고 나온 한 갤러리 관계자는 “작년에는 아트부산 개막 첫날 거의 ‘완판’했지만 올해는 절반도 못 팔았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매년 아트부산에 참가하고 있는 페레스프로젝트의 하비에르 페레스 대표도 “예년에 비해 첫날 판매 속도가 더디다”고 했다.하지만 ‘우량주’ 작가의 작품은 예외였다. 국제갤러리는 개막하자마자 ‘단색화 거장’ 하종현의 ‘접합 22-28’(2022)을 약 7억원에 판매했다. 갤러리현대는 이건용의 대작을 4억원대에 팔았고, 리안갤러리는 ‘포스트 단색화 작가’로 꼽히는 김택상·김춘수의 작품을 모두 팔았다. 313아트프로젝트가 들고나온 우국원의 케이크 연작도 1억원에 팔렸다.
주최 측이 잡은 스케줄에 일부 갤러리가 항의하는 소동도 일었다. 아트부산은 행사 첫날 전시장 문을 닫기 전에 VIP 대상 파티를 인근 호텔에서 열었다.
그러자 일부 갤러리가 “아직 장사 중인 VIP 손님을 데리고 나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석호 아트부산 이사는 “VIP 파티는 갤러리들의 판매를 돕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부산=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