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모아 집 사고 혼수품 장만?…자칫하면 '증여세 폭탄'
입력
수정
지면A22
가족간 금전거래 절세법5월은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성년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다양해 가족 간 용돈이 오가는 경우가 많은 달이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적잖은 용돈을 주는 모습을 주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통상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생활비와 용돈, 학자금 등의 일상적인 금전 거래는 세금을 물지 않는다. 하지만 자녀가 용돈을 모아 주식 거래를 하거나 집을 장만한다면 세법상 증여로 간주돼 증여세를 내야 한다.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거액을 주는 경우에도 세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
생활비·용돈·학자금은
세금 안내도 되지만
보석 등은 제외될 수도
10년 단위로 일정액 면세
미성년 자녀는 2천만원
성인 자녀 5천만원까지
생활비 금액 과도하면 ‘증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는 거래 형식이나 목적 등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받는 것을 뜻한다. 무상으로 이전받은 재산과 이익은 모두 증여세 부과 대상이다. 다만 이 법 46조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및 시행령으로 정하는 이와 비슷한 금품은 비과세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법 시행령 35조에 따르면 학자금 또는 장학금 및 기념품·축하금·부의금 등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은 비과세 대상이다.이 때문에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용돈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놓쳐선 안 되는 대목이 ‘사회 통념상’이라는 문구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몇십만원의 용돈을 받아 생활비로 쓰는 것은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에 들어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수천만원가량의 거액의 용돈을 반복적으로 받는 경우는 사회 통념을 넘어서기 때문에 증여로 판단해 과세 대상이 된다는 것이 세무사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혼수용품도 마찬가지다. 관련법에 따르면 혼수용품은 비과세 대상이지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는다. 일상적인 생활용품이 아니라 고가 가구나 보석 등 사치품은 증여세를 물어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비정기적인 지급 시점도 증여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몇 년치 생활비를 일시에 주는 것은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용돈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에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35조엔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에 국한해 비과세한다고 명시돼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서 받은 생활비를 모아 주식에 투자하거나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하면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성년 자녀 2000만원까지 비과세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가족 간 금전거래를 벗어났다고 할지라도 무조건 증여세를 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족 간에는 10년 단위로 증여세를 일정 금액 면제해준다. 부부 간 증여는 6억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한다. 예컨대 초등학생 자녀에게 만 19세가 되기 전까지 매년 500만원씩, 10년간 총 5000만원의 세뱃돈을 줬다면 2000만원을 초과하는 3000만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면 된다. 형제나 친족은 1000만원까지 증여세가 없다.증여세는 증여재산에서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 금액에서 세율을 곱한 뒤 누진 공제액을 제외하면 된다. 증여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2000년 개편 이후 지금까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상속세와 마찬가지로 5단계 초과 누진세율 구조다. 최저·최고 세율은 각각 10%, 50%다.
예컨대 부모에게서 6억원의 아파트를 증여받은 경우 증여자가 직계존속이기 때문에 5000만원을 제외한 5억5000만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과세표준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세율은 30%다. 5억5000만원에서 30%를 곱한 후 해당 구간의 누진 공제액(6000만원)을 제외하면 최종 납부 증여세는 1억500만원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