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특검 박영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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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위선 스토리는 주변에서도 넘친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수만 개의 SNS 말폭탄으로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대중 스타가 된 그다. 하지만 파렴치한 입시·사모펀드·학원 비리에 깊이 개입돼 있었다. 세상만사 심판관처럼 굴다 추한 모습이 들통난 지금도 그는 잘못이 없다며 당당하다.
요즘 세간에는 조국에 견줄 만한 다크호스가 등장했다는 촌평이 나온다.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던 박영수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으로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린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거물급 변호사 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사건들에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2019년 가짜 수산업자 스캔들이 시작이었다. 사기꾼에게서 포르쉐 차량을 받은 게 드러나 그해 7월 특검에서 물러났다. 이때만 해도 ‘보스 기질이라 형님 대접 좀 받았나 보다’며 이해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특검 사임 두 달 뒤 더 믿기 힘든 뉴스가 터졌다. 저 유명한 ‘대장동 사건’에 소환된 것이다. 딸·아들이 등장하는 등 대장동 일당과 그의 교류는 깊고도 광범위했다. 김만배가 관리한 ‘50억 클럽’에도 이름이 올랐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도 이름이 들린다. 시세조종 주범으로 의심받은 측으로부터 매달 고문료 수백만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고문 계약 시점도 작년 9월로 ‘50억 클럽’ 수사를 받을 때라고 한다.
특검이 약방에 감초도 아닐진대, 잡범 수준의 브로커와 대형 경제범죄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동네방네 박영수’라니 민망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다. ‘두 얼굴의 나약한 인간형’이 재차 확인된 것일 뿐이라고 넘어가기엔 뒷맛이 영 씁쓸하다. 이런 사람이 ‘역사적 단죄’라며 칼을 휘둘렀으니 더욱 그렇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