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렵사리 복원된 한·일 셔틀외교…이제 더 큰 미래로 나아가야

어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12년 만의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점에서 뜻깊다. 2018년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이듬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가 이전 상태 복원을 넘어 미래지향적으로 확대·강화되는 전기를 맞았다는 점에서다.

이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관련, “저는 당시 혹독한 환경 아래 다수 분들께서 대단히 힘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윤 대통령과 미래를 열어가는 게 일본 총리로서 제 책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한·일 관계는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 제3자 변제를 비롯한 과감한 선제적 조치를 내놓으면서 정상화의 급물살을 탔다. 대일 굴욕 외교라는 야당의 거센 비판과 국정 지지율 하락을 무릅쓴 윤 대통령의 결단은 이제 결실을 보기 시작한 모양새다. 두 정상은 오는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도 히로시마 평화공원의 한국인 원폭피해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시찰단 파견에도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 첫 일정으로 독립운동가와 6·25전쟁 전사자 등 순국선열을 모신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것도 주목된다. 외국 정상의 타국 현충 시설 참배는 관례이며 전임 일본 총리들도 참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이 시점의 참배에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두 나라의 연대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두 정상은 북한 핵위협에 맞선 안보협력, 첨단산업, 과학기술, 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협력 과제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이 어제 회담에서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적확한 판단이다. 다만, 2인3각 경기처럼 한·일 협력도 보폭이 맞아야 순조롭게 멀리 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렵게 셔틀외교를 복원한 양국이 상호 양보와 협력으로 더 큰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