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배고픈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액 낮고 법인 기부 막혀
지자체별로 모금액 차이도 커
"공제액·기부대상 확대 나서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올해부터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세액공제 및 법인 명의 기부 확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전라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남 지역 22개 시·군의 고향사랑기부자는 1만5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기부자의 88%가량은 10만원을 기부했다. 10만원까지 정부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데 맞춰 돈을 낸 것이다. 일부 ‘큰손’ 기부자가 있다고 해도 전체 금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종우 도 고향사랑과장은 “기부 건수와 금액을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당초 기대한 것보다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지방자치단체마다 모금액 편차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00일을 맞아 지난달 발표한 ‘전국 지자체 대상 현황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전국 140개 지자체의 평균 모금액은 5300만원으로 나타났다. 모금액 상위 30개 지자체의 기부액을 보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모금액 1위를 차지한 전북 임실군이 3억1500만원을 기부받은 데 비해 30위인 경남 남해군은 7900만원을 모았다.

이 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 실적 차이는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대응 역량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개선 사항으로 세액공제 확대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현행 10만원인 세액공제액을 20만원으로 상향하면 기부액의 30%까지 제공 가능한 지자체 답례품 금액을 6만원으로 올릴 수 있어 답례품 시장 확대와 농수축산물 소비 증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인만 가능한 현행 기부 대상을 법인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도 꾸준히 나온다. 출향 인사가 운영하는 법인의 기부를 허용해 연고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전라남도 관계자는 “개인 연간 500만원 한도로 기부액이 묶여 있어 출향 기업인이 기부를 더 하고 싶어도 애로가 있는 만큼 개인 또는 법인 연간 1억원 한도로 기부액을 높여야 한다”며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기부제를 홍보할 수 있는데 이메일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했다.

무안=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