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골프 휩쓴 '태국 돌풍'…힘없이 쓸려간 태극 낭자

태국 여자골프, 호주 꺾고 인터내셔널 크라운 우승

태국, 신구 조화 이뤄 환상호흡
골프붐 이끈 쭈타누깐 자매와
'영건' 티띠꾼 앞세워 12전 11승

韓 예선탈락…女골프 판도 '흔들'
한화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총상금 200만달러)은 세계 여자골프의 유일한 국가대항전이다. 8개 국가가 각각 팀을 구성해 골프 최강국을 가린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팀, 인터내셔널팀이 경쟁을 펼치는 라이더컵, 프레지던츠컵, 솔하임컵과 다른 방식이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부활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통적인 여자골프 강국인 미국과 한국이 양강 구도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미국은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25)를 비롯해 출전선수 4명 중 3명이 세계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랭킹 3위 고진영(28)과 9위 김효주(28) 등 최강 전력을 갖췄다.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8일(한국시간) 막 내린 대회에서 ‘베테랑’ 쭈타누깐 자매와 ‘영건’ 아타야 티띠꾼(20), 패티 타와타나낏(24)으로 구성된 태국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미국은 3위에 그쳤고, 한국은 예선 탈락했다. 달라진 세계 여자골프 판도를 한눈에 보여준 셈이다.

태국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파크(파72)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호주를 싱글매치 2경기와 포섬 1경기에서 모두 4홀차로 꺾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티띠꾼이 스테파니 키리아쿠를 ‘4&2’(2홀 남기고 4홀차)로 꺾었고, 2021년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인 타와타나낏이 해나 그린에 ‘4&3’로 승리를 거뒀다. 영건들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은 상황에서 모리야-에리야 쭈타누깐 자매가 이민지-새라 켐프를 4&3로 제압하며 피날레를 더욱 완벽하게 장식했다.

태국 선수들이 일으킨 ‘태풍(太風)’은 이번 대회 내내 거세게 몰아쳤다. 이번 대회 8개 참가국 가운데 6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태국은 12경기 중 단 한 경기만 내주며 완벽한 경기력을 과시했다. B조 조별리그에서 일본(3번), 한국(2번), 호주(7번)를 상대로 6전 전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로 본선에 진출했다. 이날 준결승에서도 최강 전력의 미국을 2승 1패로 꺾었다.태국 여자골프의 가장 큰 저력은 신구 조화다. 쭈타누깐 자매는 태국 내 여자골프 붐을 이끈 주역이다. 최고 전성기는 조금 지났지만 안정적인 경기력과 환상적인 호흡으로 이번 대회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신설된 MVP에 선정된 에리야 쭈타누깐은 “2014년 첫 대회 출전 때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며 기뻐했다.

쭈타누깐 자매의 활약을 보고 골프에 뛰어든 어린이들은 이제 어엿한 선수로 성장해 세계골프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합작한 타와타나낏과 티띠꾼이 대표적인 ‘쭈타누깐 키즈’다. 이들은 최근 2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상을 차례로 차지하며 여자골프에서 태국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티띠꾼은 이날 우승이 확정되자 “우리 팀은 100%를 모두 다 쏟아부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팀을 구성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코로나19 이후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한국 여자골프는 이번 대회를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예선 탈락으로 모양새를 구겼다.

2018년 대회 우승국인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지만 예선에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호주, 태국에 연달아 패했다. 예선 탈락을 일찌감치 확정 지은 뒤 일본에 이겨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