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 건 11년 담금질…제네시스, 렉서스 신화 4배 빨리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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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왜 강한가
(2) 글로벌 名車 끝없는 도전…벤츠·BMW 정조준
"고급화 없인 성장 못한다" 결단
최고 품질·인재 확보 11년 매달려
브랜드 내 고급차 판매 비중 5%
도요타 렉서스는 32년 걸렸지만
현대차 제네시스 8년 만에 달성
당시 회사 안팎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로 승부하던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는 건 무리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고급차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를 압도한 데 이어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연내 누적 판매 100만 대 돌파
현대차 전체 판매에서도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 중 제네시스의 비중은 2016년 1.2%에서 지난해 5.4%로 높아졌다.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1989년 출범 후 32년 만인 2011년에야 도요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제네시스는 렉서스의 성장 역사를 4분의 1로 단축해 달성한 셈이다.출범 초기엔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는데 최근에는 해외 판매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해외 판매는 2020년까지 2만여 대에 머무르다 2021년 6만 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8만 대를 넘어섰다. 올해는 처음으로 해외 판매 10만 대를 달성할 전망이다.
11년간의 담금질 결과물
현대차의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제네시스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정 회장은 브랜드 출범 당시 “뭐든지 도전해야 변화할 수 있고 바뀌어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고급차 브랜드를 성공하지 못하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그렇다고 준비 없이 무턱대고 나선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출범하기 11년 전인 2004년에 ‘고급차 출시를 위한 태스크포스(TF)’라는 비밀조직을 꾸렸다. 소재, 설계, 시험, 파워트레인,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사내 최고만 모았다. 2011년부터는 투자를 세 배가량 늘렸다.최고 디자인을 위해 해외 인재도 적극 영입했다. 영국의 자존심 벤틀리의 디자인을 총괄하던 루크 동커볼케를 전격 스카우트한 것이다.
11년간의 담금질은 명차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차량을 탄생시켰다. 제네시스는 미국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2017년 첫 평가부터 곧바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021년(2위)을 빼고 지난해까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제네시스 출시 전까지 부동의 1위이던 포르쉐를 완벽히 제친 것이다.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
제네시스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연내 개인 맞춤 차량인 비스포크 사양을 정식 출시한다. 브랜드는 ‘원오브원(one of one)’이다. ‘나만을 위한 단 하나의 차’란 개념으로, 럭셔리 자동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전기차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브랜드 중 가장 빠르게 2025년부터 내놓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