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얀 베커 "한국은 글로벌 톱3 자동차 강국…지사 세워 협력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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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베커 에이펙스에이아이 CEO“자동차는 이제 ‘바퀴 달린 소프트웨어 기기’입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플랫폼이 꼭 필요합니다.”
자동차는 바퀴 달린 SW
효율적 제어 위한 플랫폼 필요
판교 테크노밸리에 한국 지사
현대차·HL만도·두산밥캣 등과 협력
글로벌 車업체 독자 OS 활발
개발기간 단축 등 협업도 가능
얀 베커 에이펙스에이아이(APEX.AI)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의 자동차는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에 종속되는 스마트폰과 비슷하다”며 “노키아 피처폰처럼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속해 있던 과거의 자동차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를 엄청난 고성능 컴퓨터가 장착된 모빌리티 기기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에이펙스에이아이는 자동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및 자율주행 애플리케이션용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보쉬에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며 수석연구엔지니어를 지낸 그는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 팰로앨토에 이 회사를 세웠다. 현재 독일 베를린, 뮌헨, 슈투트가르트와 스웨덴 예테보리에 사무소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최근 한국과 일본에 지사를 설립했다. 미국, 유럽에 이어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베커 CEO는 한국지사 설립을 위해 최근 방한했다.
베커 CEO는 “한국은 현대자동차·기아와 제네시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본고장이자 세계 3대 자동차 강국”이라며 “현대차 외에 HL만도, 현대모비스 등 협력사와 농기계 제조사, 두산 밥캣 같은 건설장비 회사도 있는 만큼 이들 기업과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지사는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에 자리 잡았다.
이 회사의 핵심 소프트웨어 제품은 모빌리티 플랫폼 ‘에이펙스그레이스’다. 2020년 개발 완료 후 이듬해인 2021년 차량용 기능 안전 인증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3년 걸리는 작업을 1년 만에 해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베커 CEO는 “현재 주요 글로벌 제조사들이 이 기술을 채택해 차량을 개발 중”이라며 “신차 개발에 4~5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년 뒤에 에이펙스그레이스가 탑재된 완성차가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이 회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제조사와 협업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계열 벤처캐피털을 통해 이 회사에 투자한 볼보, 도요타, 재규어 랜드로버 등을 협업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독자적인 OS를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자체 OS를 운영 중이며 폭스바겐은 ‘vw.OS’, 도요타는 ‘아린’, 제너럴모터스(GM)는 ‘VIP’를 각각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도 자체 개발한 ‘모빌진’을 자사 차량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베커 CEO는 “자동차 제조사의 자체 OS와 협업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개발 기간 단축 등 보다 효율적으로 OS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이펙스에이아이의 사무실은 팰로앨토에 있다. 페어차일드가 처음 설립된 건물인데 실리콘밸리의 랜드마크로 잘 알려져 있다. 로버트 노이스 박사가 1959년 소형 실리콘 칩 내부에 상업적으로 집적된 첫 회로(IC)를 발명한 곳이다. 베커 CEO는 “2007년쯤 실리콘밸리에 자율주행 관련 개발자가 5명이었지만 지금은 1만 명 이상으로 늘었고, 모빌리티업계에 종사하는 기업이 반경 10마일(16㎞) 내에 수백 개나 된다”며 “과거 페어차일드가 하드웨어 분야에 혁신을 이뤘다면,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부문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