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급 인센티브 전쟁"…美 50개주, IRA '과실 따먹기'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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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 행사 '셀렉트USA'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한 뒤로 주요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한 주(州)별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기차를 포함한 청정 기술과 반도체 분야에서 누적 265조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주 정부 간 공장 확보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경쟁이 필요 이상으로 격화하면서 오히려 일자리 창출 등 편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열린 ‘셀렉트USA(SelectUSA)’ 행사에 50개 주와 그 외 지역에서 역대 가장 많은 인사들이 몰려들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셀렉트USA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미 연방정부가 주최해 온 투자 유치 행사다. 미국 내에선 최대 규모로 꼽힌다.
특히 이번에는 행사 개최 이래 가장 많은 수의 주지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를 주관한 인사 중 1명인 로키마운틴연구소의 애런 브릭맨은 “그간 본 적 없던 규모의 연방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며 “’게임 체인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보조금이란, 세금 감면을 포함해 IRA에서 규정하는 각종 우대 정책을 뜻한다. 청정 기술 산업 촉진을 위해 3690억달러(약 48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IRA의 핵심 줄기다. 이와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8월 IRA와 함께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미 반도체 기업에 520억 달러 규모의 자금과 240억달러어치의 세금 공제를 지원하기로 했다.개별 주들은 IRA 지원 범위 내 분야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현대차가 조지아주로부터 받은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가 꼽힌다. 이 지역에 미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는 대가로, 자동차 분야에선 최대 규모로 지원된 혜택이다. 조지아주는 같은 해 노르웨이의 배터리 회사 프레이어에도 3억5800만달러의 패키지 혜택을 제공해 기가팩토리 프로젝트를 따냈다.
조지아주 외에도 많은 주들이 ‘보조금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이 지역에 공장을 짓기로 한 폭스바겐의 오프로드 자동차 브랜드 스카우트 모터스에 역대 최대 규모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IRA와 반도체법 제정 이후 청정 기술 및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하며 큰 수혜를 입은 지역들이다.
이밖에 텍사스주는 올해 초 자체 반도체법을 만들어 도입했고, 뉴욕주는 환경친화적 반도체 프로젝트에 1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오리건주도 반도체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2억1000만달러 규모 패키지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펜실베이니아주는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최소 800개의 정규 일자리 창출을 공언한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5000만달러의 세액 공제를 약속했다. 이밖에 아이다호주, 일리노이주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책을 줄줄이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보조금을 따내기 위한 주들 간 경쟁이 자칫 출혈 경쟁으로 흘러갈 공산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이를 ‘핵무장 경쟁’에 비유하면서 “조지아주가 지원책을 내놓는다 해서 일자리 창출이 담보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역에 성과가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굿잡스퍼스트의 그렉 그로이 이사도 “공장 부지 선정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지는 만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기업들이 주 정부에 더 많은 보조금을 요구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주들은 과다 지출을 통해 서로의 내장을 찢고, 바닥까지 경쟁하며 수십억 달러를 낭비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IRA와 반도체법 시행 이후 지난 3월까지 청정 기술과 반도체 분야에서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2000억달러(약 26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최대 프로젝트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280억달러)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