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스타' 탄생에 난감한 PGA…노커트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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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없애고 선수 70여명 제한8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특급 대회’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이 대회 전까지 완전 무명에 가까웠던 세계랭킹 80위 윈덤 클라크(30·미국·사진)가 ‘빅네임’들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19년 투어에 데뷔해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유방암에 걸린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골프를 포기하려고 했다는 사연이 전해져 감동을 더했다.
"무명에 기회" vs "그들만의 리그"
골프팬들은 클라크의 우승 스토리를 크게 반기고 있지만 정작 PGA투어는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이번 대회 결과가 PGA투어가 준비 중인 ‘노커트 대회’의 문제점을 상기시킨 꼴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골프전문매체인 골프채널은 이날 대회가 끝난 뒤 “(클라크의 우승으로 PGA투어의 운영 방식에는) 물음표가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노커트 대회는 PGA투어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LIV 골프 시리즈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운영하는 대회들이다. 커트를 없애는 대신 출전 선수를 70여 명으로 제한한다. 전년도 페덱스 포인트 상위 50위와 현 시즌 페덱스 포인트 상위 10명, 스폰서 초청 선수 등이 기준이다.
웰스파고 챔피언십이 이 기준대로 열렸다면 클라크는 애초에 출전 자격이 없었던 선수다. 클라크의 지난 시즌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는 72위였다. 골프채널은 노커트 대회 때문에 클라크 같은 ‘깜짝 스타’가 나올 가능성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제이슨 데이(36·호주)는 “세계에는 잠재력을 폭발시킬 선수가 많이 있다”며 “(클라크처럼) 커트가 있는 대회들 덕분에 현재의 상위권 선수들이 기회를 얻어 지금 자리로 올라왔다”고 주장했다. 세계 톱랭커로 군림했던 리키 파울러(35·미국)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파울러는 “가진 자와 그러지 못한 자의 간격은 더 벌어질 것”이라며 “‘허리급’ 선수들을 위해 더 많은 대회가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투어가 재편되기 전 기회를 잡은 클라크는 웰스파고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클라크의 최고 성적은 2020년 11월 버뮤다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준우승이었다.
한국 선수 중에선 임성재(25)와 이경훈(32)이 나란히 9언더파 275타 공동 8위를 기록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임성재는 올 시즌 일곱 번째 ‘톱10’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