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장 "연말까지 '국가유산' 비전 발표…국가유산청으로"

취임 1주년 간담회…"靑 정밀 조사 시점 놓쳐…사적 지정 어려워"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지난 60년간 이어져 온 '문화재' 체제에서 '국가유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빠르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관련한 법제 개편을 이른 시일 내 마무리하고 연말까지 정책 방향을 담은 미래 전략 비전을 발표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화재청은 1962년 제정 이후 60년 동안 이어져 온 문화재 명칭과 분류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과거 유물'이나 '재화'라는 느낌이 강했던 '문화재'라는 용어 대신 국제적 기준인 '유산'(遺産·heritage) 개념을 적용한 게 주요 골자다. 최 청장은 "처음에는 '올해 안에 가능할까' 했는데 길게는 2년, 3년을 봤는데 여·야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면서 '국가유산기본법', '자연유산법' 등 관련법이 통과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조직 명칭과 관련, "국가유산청으로 바뀔 예정"이라며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국가가 모든 문화유산을 관리한다는 의미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청장은 이날 지난 1년간의 청와대 관리 업무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5월 청와대가 개방된 이후 대통령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임시로 관리해왔으나,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 주체로 변경됐다.

최 청장은 "시원섭섭하다"면서도 "국가유산 체제 등 다른 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청와대 권역을 포함해 경복궁 후원 일대를 조사했으나 정밀 조사를 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권역에 대한 정밀 조사를 할 시점을 놓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청장은 청와대 권역을 사적으로 지정할 수 있을지에는 "청와대 권역은 오랜 기간 개방이 안 되었고 조사도 아직 안 된 상황이다.

현 단계에서의 지정은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향후 활용·보존과 관련해서는 "경복궁은 지금 관람객에게 개방하며 활용하고 있는데 중요한 유물도 발굴하고 있다"고 경복궁 사례를 언급했다.

최 청장은 최근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에 입장할 때 징수하던 '문화재 관람료'를 면제한 것과 관련해 "오랫동안 해묵은 갈등 중 하나였다"며 "하루빨리 개선해서 혜택이 (많은 이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람료를 철폐하기보다는 문화재 관리에 대한 (비용 등을) 보전한다는 차원"이라며 "'문화재 관람료' 용어를 '문화유산 관리 활용' 등으로 바꿔 국민적 이해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 청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미국 순방 당시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사리의 반환을 위한 논의를 언급한 것과 관련, "문화재청이 창구 역할을 하면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