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사회에 회사 악행 알리겠다"는 삼성전자 노조…다 같이 죽자는 건가

임금 인상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사상 첫 파업과 함께 국제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겁박하는 삼성전자 노조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지난 1분기 4조58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초유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분기에는 전체 실적이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올해 평균 임금을 4.1% 올리기로 한 노사협의회 합의를 무시한 채 더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며 파업을 협박하고 있다. ‘소수 귀족 노조’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2020년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지 이후 노조 가입자 수가 약 9800명으로 전체 임직원 12만 명 중 8%에 불과할 정도로 직원들로부터 외면받는 배경이기도 하다.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등 양대 노총에 휘둘려 강성화·정치화하는 상황도 우려스럽다. 금속노련은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총파업 투쟁에 참여하고 불매운동까지 국제적으로 결의하겠다”고 공언했다. 회사의 글로벌 위상과 평판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것으로 자해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느 나라 노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미래가 곧 한국 경제 미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라 재정이 어려운데도 정부와 국회가 반도체 세액공제 규모를 대폭 확대한 이유다.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한 국민만 500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경쟁력 강화를 주요 의제로 삼는 글로벌 선도기업 노조들과 달리 전근대적이고 후진적 관행을 답습하려는 삼성 노조의 행보는 한숨을 자아낸다. 이 같은 노조 리스크는 기업의 국제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협력사, 주주를 포함한 경제 전반에 큰 손실을 몰고 올 수 있다. 모두가 공멸로 가는 길이다. 삼성전자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만 TSMC에서 노조가 ‘기업 발목을 잡는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 있나. 삼성 노조는 회사의 글로벌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상생하는 ‘노사 관계의 뉴노멀’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