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절치부심한 김인규 사장 "켈리로 맥주시장 1위 탈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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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취임 후 첫 공식인터뷰“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올해 안에 승부를 내겠다.”
켈리, 출시 36일만에 100만상자
주력 제품 테라보다 사흘 빨라
'듀얼 브랜드' 전략으로 판매 쑥
"마케팅 비용 부담되겠지만
적자 감수하고 연내 승부수"
라거 맥주 신제품 ‘켈리’를 지난달 출시한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사진)의 각오다. 이달 4일 만난 김 사장은 출시 한 달을 맞은 켈리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맥주시장 1위 탈환 의지를 밝혔다.하이트진로는 2012년 라이벌 오비맥주에 맥주 1위 자리를 내준 뒤 11년째 역전을 못 하고 있다. 김 사장이 공식 인터뷰에 나선 건 2011년 대표이사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 달 만에 100만 상자 판매
김 사장은 “(언론 앞에 나설 정도로) 켈리에 대해 자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이트진로는 켈리의 판매량이 10일 100만 상자(330mL×30병)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이는 출시 36일 만의 성과다. 기존 주력 제품 ‘테라’가 2019년 3월 첫선을 보인 지 39일 만에 판매량 100만 상자를 넘어선 것보다 빠른 속도다.“테라와 켈리를 함께 판매하는 ‘듀얼 브랜드’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김 사장의 분석이다. 하이트진로의 지난달 전체 맥주 판매량은 444만 상자다.
전년 동월(348만 상자) 대비 27.6% 늘었다. 김 사장은 “켈리 출시 초기 일각에서 현실화 가능성을 제기했던 캐니벌라이제이션(새로 출시하는 상품 때문에 그 기업이 판매하는 다른 상품 판매량이 줄어드는 현상)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켈리의 인기 요인으로 차별화를 꼽았다. 김 사장은 “좋은 맥주 하면 청량감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켈리는 청량감에 부드러움까지 갖춘 맥주”라며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병 역시 갈색·초록색이 아니라 호박색으로 제작했다.김 사장은 켈리 출시 이후 주황색 넥타이만 매고 다닌다. 주황색이 호박색과 비슷한 색상이기 때문이다
듀얼 브랜드 성공의 경험
김 사장이 듀얼 브랜드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자신하는 건 이미 소주시장에서 ‘참이슬’과 ‘진로 이즈 백’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진로를 출시한 2019년 소주를 총 6800만 상자(360mL×30병) 판매했다.참이슬 판매량이 유지된 가운데 진로가 가세해 2022년에는 소주 판매량이 7780만 상자로 증가했다. 그는 2019년 테라 출시 이후 소주와 맥주가 함께 인기를 끌며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 등의 별칭이 생겼던 걸 언급하며 켈리 역시 소맥 별칭이 생기길 기대했다.다만 신제품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당장 1분기부터 영업이익은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5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8.6% 적은 금액이다.
김 사장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생각이다. 특히 외출과 야외행사가 많은 5~9월에 영업·마케팅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적자를 낸 회사는 회복할 수 있지만,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쪼그라드는 회사는 망할 수도 있다”며 “하이트진로가 맥주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선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