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발 폭락' 라덕연 등 3명 체포…해외 부동산 추적(종합3보)

합동수사팀 구성 열하루 만…시세조종·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
이르면 10일 구속영장 청구…투자자 60여명 "1천350억 피해" 고소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9일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42) 대표와 최측근 변모(40)씨, 안모(33)씨 등 3명을 체포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 열하루 만이다.

의혹의 핵심인 라 대표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삼천리·다우데이터·서울가스 등 9개 종목이 장기간 우상향하다가 지난달 24일 갑작스레 하한가 랠리를 펼친 경위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 세금 탈루·해외 재산은닉 의혹도 수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25분께 라 대표를, 오후 3시50분께 변씨를 각각 체포했다. 이어 오후 6시15분께 안씨도 체포했다.

라 대표 등은 투자자들로부터 휴대전화와 증권계좌 등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뒤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팔아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는다.

라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변씨는 H사를 총괄 관리하며 의사 등 고소득 투자자 모집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주가조작 세력의 '수수료 창구' 의혹이 제기된 케이블 채널 운영사와 가수 임창정 소속사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에서 각각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라 대표와 임창정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법인이다.

전직 프로골퍼인 안씨는 주가조작 세력이 투자자들에게서 수수료를 회수하는 창구로 쓴 서울 강남구 골프아카데미의 대표이사다. 케이블 채널 운영사와 승마 리조트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주로 고액 투자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사팀은 이들이 투자와 무관한 법인을 통해 수익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범죄수익을 빼돌리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혐의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금융당국과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라 대표와 변씨, 안씨 등 주가조작에 가담한 측근들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해왔다.

이들이 통정거래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등 관련 증거도 경찰에서 넘겨받았다.

수사팀은 앞서 서울 송파구에 있는 라 대표 사무실과 강남구 H사 사무실, 관련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라 대표 등의 금융거래·통신 내역을 추적해 자금 흐름과 구체적인 범행 수법을 확인해왔다.

검찰은 출석 요구 없이 곧바로 시세조종과 미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 은닉 혐의(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적용해 전날 이들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지금까지 수사로 이들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구체화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르면 오는 10일 라 대표 등 일당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라 대표 등은 골프아카데미와 식당 등을 통해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으면서 이른바 '카드깡' 방식을 동원했다는 의혹, 외국에 골프장 등 부동산을 사들여 주가조작으로 실현한 차익과 수수료를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라 대표의 국내외 자산을 추적해 범죄 수익을 최대한 환수할 계획이다.
◇ "1천350억원 피해" 66명 집단 고소·고발
라 대표에 투자를 일임했다가 폭락 사태로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 66명은 이날 법무법인 대건을 통해 검찰에 라 대표와 변씨, 안씨 등 6명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액수는 1천350억원이다.

투자자 63명은 라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고소했다.

주가조작 세력에 휴대전화를 건네지 않은 투자자 3명은 라 대표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피고소인은 이날 체포된 라 대표와 변씨, 안씨 3명과 투자자를 접대하고 투자금을 모은 조모(42)씨, 주식 매매 내역을 보고받고 지시한 장모(36)씨, 수익금 정산 등 자금 관리를 맡은 김모 씨 등이다.

법무법인 대건 공형진 변호사는 고소장 제출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주가조작이 아니라 가치투자를 빙자한 '폰지사기'"라며 "피해자들은 자신의 투자금이 주가조작의 원금으로 사용되는 줄도 몰랐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고소장에서 "라 대표가 투자 현황을 공개할 때 미수금이나 대출 채무 등은 알리지 않은 채 투자 수익만 공개한 탓에 거액의 채무가 발생하고 차액결제거래(CFD) 계좌가 개설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주가 폭락 전후 상황과 시세조종 의혹을 규명해 라 대표에 투자를 맡겼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와 범행에 가담한 공범을 가려낼 계획이다.

검찰은 최근 라 대표에게 거액을 맡긴 의사 등을 대거 소환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일단 참고인 신분이지만 통정거래와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를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