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신의직장'이라더니…여직원에 '2800억 합의금' 건넸다

여직원 승진 차별한 골드만삭스
2800억 합의금 지불

2010년 첫 소송 후 집단 소송으로 확대
"회사 측 임금·승진 차별…상무급 연봉 차이 21%"
골드만삭스, 중간 간부 40% 이상 여성 기용 약속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여성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성차별했다는 집단 소송과 관련해 피해자 2800여명에게 거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현직 여직원들이 낸 집단소송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이들에게 2억1500만달러(약 2800억원)를 지급하기로 전날 밤 전격 합의했다.이번 합의 대상은 2000년대 초부터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투자운용, 증권 부문에서 일한 여성 직원 2800여 명이다. 소송을 처음 제기했던 샤니 올리치는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가 소송 당시 생각해왔던 여성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측은 성명에서 “10년 이상 격렬한 소송 끝에 양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소송이 시작된건 2010년부터다. 전직 임원인 크리스티나 첸 오스터와 샤나 올리치 등 두 명은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문에서 "회사 측이 의도적으로 남성 직원들에게 여성 직원보다 높은 연봉을 지급했고, 더 많은 진급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2014년 다른 여성 임직원들이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골드만삭스의 여성 차별은 집단소송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골드만삭스는 남성 우월적인 ‘보이스 클럽(boys club)’ 문화를 장려하는 분위기”라면서 남녀 직원 간 연봉 차이가 상무급은 21%, 부장급은 8%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6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정식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이번 합의를 이뤄냈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외부 독립 전문가들을 고용해 직원들의 실적 평가와 성별 임금 격차에 관해 조사할 것을 약속하고, 오는 2025년까지 중간 간부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내부에서는 성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나왔다. 작년 8월에는 골드만삭스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전무이사에 올랐던 제이미 피오리 히긴스가 회사의 성차별 문화를 폭로하는 회고록 '불량 시장(Bully market)'을 발간했다.또 골드만삭스가 과거 고위 임원의 여성혐오 발언 등에 대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퇴사하는 ‘파트너(고위직)’에게 1200만 달러(약 160억 원)를 지급하는 합의를 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도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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