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벌써 6만명…아무리 붐벼도 '푸른 저녁'은 꼭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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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展 베스트5

국내 첫 전시에 270여점 나와
큐레이터가 꼽은 최고 작품은
인간의 고독 그린 '푸른 저녁'

수채화 '맨해튼 다리'도 관심
맨눈으로 봐야 매력 온전히 느껴
맨해튼 다리(1925~1926)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가 미술 애호가들에게 화제다. 사전예매 티켓이 13만 장 이상 팔렸고, 개막 2주 만에 6만여 명이 다녀갔다. ‘미국이 사랑하는 화가’ 호퍼의 국내 첫 번째 개인전인 데다 호퍼의 생애(1882~1967)를 아우르는 작품 270여 점을 동시에 선보여서다. 전시 규모가 크다 보니 여차하다간 중요한 그림을 놓치고 넘어갈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들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꼭 봐야 하는 베스트5’를 꼽았다.
푸른 저녁(1914)
(1) 우울한 피에로의 ‘푸른 저녁’

“아무래도 ‘고독의 화가’란 호퍼의 별명이 실감 나는 ‘푸른 저녁’(1914) 아닐까요.” 이번 전시에서 딱 하나의 그림만 볼 수 있다면 어떤 것이어야 할지를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피에로 분장을 한 남성이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이다. 호퍼가 1906~1910년 파리를 세 차례 방문하면서 본 광경을 담아냈다. 어느 누구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고독이라는 깊고 심오한 감정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벌리 콥의 집, 사우스트루로’ (1930~1933·아래 그림)
(2) 오바마가 택한 ‘벌리 콥의 집’호퍼에게는 ‘고독의 화가’ 말고도 ‘미국 국민 화가’라는 별명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벌리 콥의 집, 사우스트루로’(1930~1933)를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 걸어두기도 했다. 그림 배경은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의 작은 시골마을 트루로(Truro). 이 작품은 호퍼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힌트를 준다. 언덕과 들판은 자연을 상징하고 그 앞의 집은 문명을 뜻한다. 호퍼는 이처럼 자연과 문명을 한 캔버스에 담아내곤 했다.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
(3) 청명한 ‘이층에 내리는 햇빛’

호퍼의 밝고 감각적인 색채를 더 느끼고 싶다면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이 제격이다. 호퍼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꼽았다. 햇빛이 환하게 든 집 테라스에서 남녀 한 쌍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유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청명한 색감이 두드러지는 그림이다. 작품에서 중요한 건 바로 ‘빛’이다. 호퍼는 집 앞면과 옆면의 색채 대비를 통해 빛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스릴러 소설의 삽화 같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4) 수채화에 담은 ‘맨해튼 다리’‘맨해튼 다리’(1925~1926)는 수채화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호퍼가 그림을 그릴 당시 뉴욕은 고층 빌딩이 생겨나고 지하철과 자동차가 보급되던 시기였다. 호퍼는 그 모습을 담기 위해 ‘문명’을 상징하는 맨해튼 다리와 자동차를 캔버스에 그렸다.

‘잘나가는 삽화가’였던 호퍼는 40대에 수채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꼭 실제로 가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많은 작품이다. 물기를 한껏 머금은 수채화의 아름다움이 사진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햇빛 속의 여인(1961)
(5) 호퍼의 뮤즈 ‘햇빛 속의 여인’

마지막으로 꼭 봐야 할 작품은 ‘햇빛 속의 여인’(1961)이다. 나체의 여성은 호퍼의 아내, 조세핀 호퍼. 미술을 전공했던 조세핀은 호퍼와 만난 지 1년 만인 1924년에 결혼했다. 호퍼가 거장이 되기까지는 조세핀의 역할이 컸다. 호퍼가 수채화를 시작한 것 역시 조세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전시장에선 둘이 중고차를 사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닌 기록, 손잡고 함께 관람한 공연 티켓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20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