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벌써 6만명…아무리 붐벼도 '푸른 저녁'은 꼭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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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예술 놀이터' 아르떼 arte.co.kr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가 미술 애호가들에게 화제다. 사전예매 티켓이 13만 장 이상 팔렸고, 개막 2주 만에 6만여 명이 다녀갔다. ‘미국이 사랑하는 화가’ 호퍼의 국내 첫 번째 개인전인 데다 호퍼의 생애(1882~1967)를 아우르는 작품 270여 점을 동시에 선보여서다. 전시 규모가 크다 보니 여차하다간 중요한 그림을 놓치고 넘어갈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들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꼭 봐야 하는 베스트5’를 꼽았다.(1) 우울한 피에로의 ‘푸른 저녁’
에드워드 호퍼展 베스트5
국내 첫 전시에 270여점 나와
큐레이터가 꼽은 최고 작품은
인간의 고독 그린 '푸른 저녁'
수채화 '맨해튼 다리'도 관심
맨눈으로 봐야 매력 온전히 느껴
“아무래도 ‘고독의 화가’란 호퍼의 별명이 실감 나는 ‘푸른 저녁’(1914) 아닐까요.” 이번 전시에서 딱 하나의 그림만 볼 수 있다면 어떤 것이어야 할지를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피에로 분장을 한 남성이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이다. 호퍼가 1906~1910년 파리를 세 차례 방문하면서 본 광경을 담아냈다. 어느 누구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고독이라는 깊고 심오한 감정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2) 오바마가 택한 ‘벌리 콥의 집’호퍼에게는 ‘고독의 화가’ 말고도 ‘미국 국민 화가’라는 별명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벌리 콥의 집, 사우스트루로’(1930~1933)를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 걸어두기도 했다. 그림 배경은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의 작은 시골마을 트루로(Truro). 이 작품은 호퍼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힌트를 준다. 언덕과 들판은 자연을 상징하고 그 앞의 집은 문명을 뜻한다. 호퍼는 이처럼 자연과 문명을 한 캔버스에 담아내곤 했다.(3) 청명한 ‘이층에 내리는 햇빛’
호퍼의 밝고 감각적인 색채를 더 느끼고 싶다면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이 제격이다. 호퍼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꼽았다. 햇빛이 환하게 든 집 테라스에서 남녀 한 쌍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유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청명한 색감이 두드러지는 그림이다. 작품에서 중요한 건 바로 ‘빛’이다. 호퍼는 집 앞면과 옆면의 색채 대비를 통해 빛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스릴러 소설의 삽화 같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4) 수채화에 담은 ‘맨해튼 다리’‘맨해튼 다리’(1925~1926)는 수채화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호퍼가 그림을 그릴 당시 뉴욕은 고층 빌딩이 생겨나고 지하철과 자동차가 보급되던 시기였다. 호퍼는 그 모습을 담기 위해 ‘문명’을 상징하는 맨해튼 다리와 자동차를 캔버스에 그렸다.
‘잘나가는 삽화가’였던 호퍼는 40대에 수채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꼭 실제로 가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많은 작품이다. 물기를 한껏 머금은 수채화의 아름다움이 사진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5) 호퍼의 뮤즈 ‘햇빛 속의 여인’
마지막으로 꼭 봐야 할 작품은 ‘햇빛 속의 여인’(1961)이다. 나체의 여성은 호퍼의 아내, 조세핀 호퍼. 미술을 전공했던 조세핀은 호퍼와 만난 지 1년 만인 1924년에 결혼했다. 호퍼가 거장이 되기까지는 조세핀의 역할이 컸다. 호퍼가 수채화를 시작한 것 역시 조세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전시장에선 둘이 중고차를 사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닌 기록, 손잡고 함께 관람한 공연 티켓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20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