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게놈지도 제작 20년만에 '범유전체 참조지도' 초안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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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47명 게놈 정밀 분석·종합…개인 게놈정보 분석에 표준 역할"
UNIST 박종화 교수 "인간게놈지도 연구 결정판…한국도 연구 서둘러야"
한 사람의 게놈(유전체)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한 첫 인간 게놈 지도가 만들어진 지 20여 년 만에 유전적으로 다양한 47명의 게놈을 분석, 더욱 정확하고 폭넓은 유전적 다양성 정보를 담은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human pangenome reference) 초안이 완성됐다. 미국 국립게놈연구소(NHGRI)가 지원하는 국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컨소시엄'(HPRC)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11일 호모 사피엔스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DNA 염기서열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해온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의 첫 번째 초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게놈 연구'(Genome Research),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 등에 논문으로 공개됐다.
NHGRI는 보도자료에서 완성된 범유전체 참조 지도 초안에는 다양한 조상 배경을 가진 47명의 게놈 염기서열이 들어 있다며 한 사람은 한 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초안에는 염색체 94개에 들어 있는 DNA 염기서열 정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NHGRI는 2024년까지 게놈 분석 대상으로 더욱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확대해 분석 인원을 350명까지 늘림으로써 인간 범유전체에 염색체 700개의 게놈 염기서열을 담을 계획이다.
에릭 그린 NHGRI 소장은 "유전체학을 사용하는 기초 연구자와 임상의는 세계 인구의 다양성이 반영된 염기서열 참조 지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가 건강 불평등이 확산할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한국인 1만 명 게놈 해독을 완료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종화 교수는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는 1990년 후반 시작된 인간 게놈 지도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각 개인의 게놈 지도를 범유전체 참조 지도와 비교하면 개별 변이의 질병 연관성 등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놈은 생물의 발생과 성장, 기능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 DNA의 총집합체로 개체마다 게놈 염기서열은 조금씩 다르며 인간의 경우 두 사람의 게놈은 평균 99% 이상 동일하다.
1%가 안 되는 작은 차이가 개인의 고유 특성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건강 관련 정보나 질병 진단 및 치료 결과 예측 등 단서도 얻을 수 있다. 개인의 게놈 염기서열 속에 들어 있는 이런 유전 정보를 파악하려면 비교할 표준이 필요하다. 이때 표준 역할을 하는 게 '게놈 참조 지도'이다.
지금까지는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민간기업 셀레라 제노믹스가 2001년과 2003년 공동으로 초안과 완성본을 공개한 '단일 게놈 참조 지도'가 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년 전 만들어진 이 단일 게놈 참조 지도(GRCh38)는 그동안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류가 수정되고 새 내용이 추가됐지만, 염기서열 분석 대상이 약 20명이었고 그중 한 사람의 게놈이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해 인간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동 연구자인 NGHRI 애덤 필리피 박사는 "모든 사람은 고유한 게놈을 가지고 있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단일 게놈 참조 지도를 사용하면 게놈 분석에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어떤 사람이 가진 게놈이 게놈 참조 지도와 더 많이 다를 경우 이를 토대로 한 유전질환 예측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일 게놈 참조 지도(GRCh38)는 반복적이고 기존 기술로는 판독하기 어려운 게놈 영역의 일부 정보가 누락돼 있는 등 공백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컨소시엄은 이번 연구에서 완성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초안과 이 참조 지도를 활용해 새로이 밝혀낸 연구 결과를 3편의 논문으로 공개했다.
연구팀은 47명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20년 전 '정크DNA'로 남겨졌던 게놈 영역 8%까지 모두 해독한 '텔로미어-투-텔로미어(T2T) 컨소시엄의 지난해 연구 결과까지 반영해 1억1천900만개의 염기쌍과 1천115개의 유전자 중복을 새로이 찾아내 기존 단일 게놈 지도(GRCh38)에 추가했다.
그 결과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에서는 게놈의 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구조변이(structual variant) 수가 단일 게놈 참조 지도(GRCh38)보다 104%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에 인간 게놈 내 유전적 다양성이 더 완전하게 반영돼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에서는 게놈에서 염기 서열 하나만 바뀌는 단일 염기 변이(SNV) 뿐 아니라 구조 변이까지 더 잘 파악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알려지지 않은 질병 발견이나 질병 진단, 치료 연구 등도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의 아리아 마사랏·멜리사 짐렉 교수는 네이처에 연구 논문과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완성은 중요한 발전이지만 남은 과제들을 극복하려면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는 신체적, 임상적 특성 관련 변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의 건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NIST 박종화 교수는 "한국에서도 한국인 1만명 게놈 해독을 완료한 데 이어 100만명 게놈 지도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려면 미국 연구팀이 만든 것과 같은 수준 높은 '한국인 범유전체 참조 지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UNIST 박종화 교수 "인간게놈지도 연구 결정판…한국도 연구 서둘러야"
한 사람의 게놈(유전체)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한 첫 인간 게놈 지도가 만들어진 지 20여 년 만에 유전적으로 다양한 47명의 게놈을 분석, 더욱 정확하고 폭넓은 유전적 다양성 정보를 담은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human pangenome reference) 초안이 완성됐다. 미국 국립게놈연구소(NHGRI)가 지원하는 국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컨소시엄'(HPRC)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11일 호모 사피엔스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DNA 염기서열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해온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의 첫 번째 초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게놈 연구'(Genome Research),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 등에 논문으로 공개됐다.
NHGRI는 보도자료에서 완성된 범유전체 참조 지도 초안에는 다양한 조상 배경을 가진 47명의 게놈 염기서열이 들어 있다며 한 사람은 한 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초안에는 염색체 94개에 들어 있는 DNA 염기서열 정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NHGRI는 2024년까지 게놈 분석 대상으로 더욱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확대해 분석 인원을 350명까지 늘림으로써 인간 범유전체에 염색체 700개의 게놈 염기서열을 담을 계획이다.
에릭 그린 NHGRI 소장은 "유전체학을 사용하는 기초 연구자와 임상의는 세계 인구의 다양성이 반영된 염기서열 참조 지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가 건강 불평등이 확산할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한국인 1만 명 게놈 해독을 완료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종화 교수는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는 1990년 후반 시작된 인간 게놈 지도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각 개인의 게놈 지도를 범유전체 참조 지도와 비교하면 개별 변이의 질병 연관성 등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놈은 생물의 발생과 성장, 기능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 DNA의 총집합체로 개체마다 게놈 염기서열은 조금씩 다르며 인간의 경우 두 사람의 게놈은 평균 99% 이상 동일하다.
1%가 안 되는 작은 차이가 개인의 고유 특성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건강 관련 정보나 질병 진단 및 치료 결과 예측 등 단서도 얻을 수 있다. 개인의 게놈 염기서열 속에 들어 있는 이런 유전 정보를 파악하려면 비교할 표준이 필요하다. 이때 표준 역할을 하는 게 '게놈 참조 지도'이다.
지금까지는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민간기업 셀레라 제노믹스가 2001년과 2003년 공동으로 초안과 완성본을 공개한 '단일 게놈 참조 지도'가 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년 전 만들어진 이 단일 게놈 참조 지도(GRCh38)는 그동안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류가 수정되고 새 내용이 추가됐지만, 염기서열 분석 대상이 약 20명이었고 그중 한 사람의 게놈이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해 인간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동 연구자인 NGHRI 애덤 필리피 박사는 "모든 사람은 고유한 게놈을 가지고 있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단일 게놈 참조 지도를 사용하면 게놈 분석에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어떤 사람이 가진 게놈이 게놈 참조 지도와 더 많이 다를 경우 이를 토대로 한 유전질환 예측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일 게놈 참조 지도(GRCh38)는 반복적이고 기존 기술로는 판독하기 어려운 게놈 영역의 일부 정보가 누락돼 있는 등 공백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컨소시엄은 이번 연구에서 완성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초안과 이 참조 지도를 활용해 새로이 밝혀낸 연구 결과를 3편의 논문으로 공개했다.
연구팀은 47명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20년 전 '정크DNA'로 남겨졌던 게놈 영역 8%까지 모두 해독한 '텔로미어-투-텔로미어(T2T) 컨소시엄의 지난해 연구 결과까지 반영해 1억1천900만개의 염기쌍과 1천115개의 유전자 중복을 새로이 찾아내 기존 단일 게놈 지도(GRCh38)에 추가했다.
그 결과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에서는 게놈의 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구조변이(structual variant) 수가 단일 게놈 참조 지도(GRCh38)보다 104%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에 인간 게놈 내 유전적 다양성이 더 완전하게 반영돼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에서는 게놈에서 염기 서열 하나만 바뀌는 단일 염기 변이(SNV) 뿐 아니라 구조 변이까지 더 잘 파악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알려지지 않은 질병 발견이나 질병 진단, 치료 연구 등도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의 아리아 마사랏·멜리사 짐렉 교수는 네이처에 연구 논문과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 완성은 중요한 발전이지만 남은 과제들을 극복하려면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는 신체적, 임상적 특성 관련 변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의 건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NIST 박종화 교수는 "한국에서도 한국인 1만명 게놈 해독을 완료한 데 이어 100만명 게놈 지도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려면 미국 연구팀이 만든 것과 같은 수준 높은 '한국인 범유전체 참조 지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