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月100만원' 준다는 일본…한국과는 달랐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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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저출산 대책 정밀 비교(2)한·일 저출산 대책 정밀 비교(1)에서는 지난 3월말 발표한 두 나라의 저출산 종합 대책의 얼개를 살펴봤다. 한·일 저출산 대책 정밀 비교(2)에서는 두 나라의 저출산 대책을 분야별로 살펴보자.한국의 ‘양육 비용 지원’은 일본의 ‘젊은 세대 소득 증가’와 같은 항목으로 볼 수 있다. ‘돌봄 지원’은 ‘모든 육아세대 지원’에 해당할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사회의 구조·의식 개혁’과 맞물리겠다.한국에만 있는 대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게 주거 지원이다. 일본의 ‘젊은 세대 소득증가’ 분야에도 '다자녀 가구에 주거지원'이란게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다. 월세 임대 거주가 주류인 일본에서 주거 지원이란 아이가 많은 집에 공공 임대 아파트의 입주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주거지원에 비중
日 '저출산 전쟁' 30년 경험 돋보여
7살까지 육아수당 지원하는 한국 한국
일본은 고교생까지 월 100만원(자녀셋의 경우) 검토
의료비 무료화 韓 2세까지·日 중학생까지
한국과 같은 내집 마련을 돕겠다는게 아니다. 한국의 주거지원은 신혼부부의 공공주택 분양, 대출 기준 완화 등 내집 마련을 돕는 정책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한국의 주거지원은 청년·신혼부부 등이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거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알려왔다.수억원씩 하는 내집 마련을 돕자면 한국은 5대 저출산 대책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주거 지원에 투입해야 할 것이다. 나머지 4대 정책에는 예산을 충분히 배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정부의 주거지원 정책의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이어서 일반 회계 재정의 배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알려왔다.이번엔 두 나라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대책을 비교해 보자. 먼저 돌봄 지원이다. 한국은 보육시설, 즉 육아의 인프라를 늘리겠다는 반면 일본은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최근 들어 일본은 정원이 부족해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아동(대기아동)을 거의 '0'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어린이집을 늘리는 대신 어린이집 선생님 1명당 원아의 수를 줄이는데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단 한국이 하드웨어, 일본이 소프트웨어라 해도 일본이 더 앞서간다라고 보긴 어렵다. 일본의 대기아동이 0이 됐지만 도쿄 같은 대도시는 여전히 맞벌이 부부가 아니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어렵다.일본 어린이집의 입학 기준은 점수제다. 아빠가 일하면 20점, 엄마가 일하면 20점, 그래서 맞벌이부모의 자녀는 40점이다. 도쿄 도심 어린이집의 커트라인은 40점부터다. 전업주부이거나 휴직 중인 아이는 어린이집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을 원천 봉쇄한 제도다.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이 재취업을 하려면 아이를 맡겨놓고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를 막고 있어서다. 일본의 대책에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아니더라도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이 포함된 이유다. 두나라 저출산 대책의 핵심 분야는 소득 증가와 일과 가정의 양립 2개 분야다. 이 분야는 일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일본은 저출산과 싸운지 30년이 넘은 국가답게 저출산의 원인을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다.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돈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안 낳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한국은 양육비용을 줄이기 위해 만 0∼1세 아동의 부모에게 부모 급여를 지급한다. 올해는 0세와 1세 부모에게 각각 월 70만 원과 35만 원을 지급하고, 내년엔 100만 원과 50만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2세부터는 7세까지 양육수당과 보육료를 지원한다.하지만 아이가 클수록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 실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아동수당 및 출산·양육 지원체계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월 평균 지출 비용은 0∼2세 57만 원, 3∼5세 68만 원, 6∼8세 77만 원, 9∼11세 77만 원, 12∼17세 104만 원이었다.
일본은 젊은 세대 소득 증가 대책의 하나로 육아 수당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2세까지 월 1만5000엔, 3세부터 중학생까지는 월 1만(셋째 아이부터는 월 1만5000엔)엔씩을 지급했다.고소득자는 크게 줄어든 육아수당을 받았다. 부모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의 경우 연간 수입이 960만엔 이상이면 육아수당이 1인당 5000엔으로 줄었다. 연간 수입이 1200만엔 이상이면 육아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통해 일본은 육아수당 대상을 고교생(18세)까지 확대하고, 소득제한도 없애기로 했다. 지원금액도 큰폭으로 늘릴 계획이다.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는 육아 수당을 첫째 아이는 월 1만5000엔, 둘째는 월 3만엔, 셋째 부터는 월 6만엔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녀가 셋인 가정이라면 월 10만5000엔, 넷이라면 월 16만5000엔을 받는 셈이다. 퍼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0년간 250조원을 쏟아부은 한국이 이 정도의 지원책을 펼치지 못할 이유도 없다.한국의 양육비 지원에는 만 2세 미만 아동의 입원비와 진료비 무료화가 포함됐다. 만 15세 이하는 성인(20%)보다 낮은 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한다. 일본은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도쿄 도심의 경우 중학생까지 의료비와 약값이 전부 무료다. 최근에는 고등학생까지 의료비를 무료로 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