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랑' 받은 조선주, 일제히 반등…"뱃고동 오래간다"

"흑자 전환해 투자매력 부각"
증권가 "수주는 양보다 질…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이어질 것"
사진=연합뉴스
최근 조정받던 조선주의 주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조선사가 적자 늪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이익을 거두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5.57% 올랐다. 삼성중공업(5.23%), HD현대중공업(3.89%), 현대미포조선(2.56%), 대우조선해양(1.39%) 등 다른 조선주도 강세를 보였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0.18% 내린 것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다양한 조선사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HANARO Fn조선해운(2.31%), KODEX K-친환경선박액티브(2.28%) 등이 강세를 보였다.이 기간 조선주를 집중 매수한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이번 주 3거래일간 외국인은 HD현대중공업을 135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각각 7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에 쏠렸던 자금이 조선주로 유입됐다고 해석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적자 기조를 끊어내고 1분기 흑자 전환하며 조선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외에 다른 종목이 관심을 못 받고 있었는데, 최근 수급이 분산되며 조선주가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반등한 점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서부텍사스산원유 6월물의 가격은 지난 5~9일(현지시간) 3일 동안 7.5% 올랐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산유국들이 해양 플랜트와 석유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발주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조선주 등 경기민감주에 유입되기도 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경. /사진=삼성중공업
증권가는 조선사가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의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는 이유다. 한승한 연구원은 "현재 실적에 반영되는 건 2021년 수주했던 물량"이라면서 "이후 선박 가격이 올랐고, 수주 물량도 늘어났기 때문에 분기가 지날수록 흑자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인건비, 후판가격 등 원가 변화가 크지 않다면 수주잔고가 견조해 조선사에 흑자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일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67.32포인트를 기록하며 작년 동월 대비 9.54포인트 상승했다.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다. LNG운반선 선가는 지난해 4월 대비 14% 상승한 대당 2억5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선박의 가격도 전반적으로 10~20%가량 올랐다.

일각에선 중국에 밀려 향후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3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였다. 중국의 수주량은 141만CGT로 큰 차이를 보였다. 척수로는 한국과 중국이 각각 13척, 62척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다만 전문가들은 수주량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 연구원은 "국내 업체가 이미 많이 수주를 해놨기 때문에 신규 수주량이 적었던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생산 능력에 여유가 있던 중국 업체가 수주를 많이 한 건 예상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국내 업체에 부정적 이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도 "국내 업체는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양이 아니라 질로 봐야 한다"며 "수주가 줄어든 것 이상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실적에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내 업체는 2026년에 인도할 물량까지 수주받아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신규 수주에 나설 이유도 없다"고 부연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