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돈 벌었다"…현대차그룹주 펀드 나홀로 '질주' [신민경의 편드는 펀드]

현대차그룹株 펀드, 나홀로 '플러스'
현대가·기아 1분기 호실적 '영향'
외인 순매수 행렬 꾸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모습. /사진=뉴스1
삼성과 LG, SK 등 쟁쟁한 그룹주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한 달 수익률을 낸 곳이 있습니다. 바로 현대차그룹주 펀드인데요. 국민주 겸 대장주인 삼성에 가려졌던 현대차가 새로운 '국가대표 펀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가 1분기 호실적과 외국인의 순매수 속에서 상승가도를 달리자, 현대차와 기아를 주요 계열사를 둔 현대차그룹의 펀드가 그대로 수혜를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 ETF(상장지수펀드)는 지난 10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수익률 6.79%를 나타냈습니다. 현대차 개별종목 상승분(13.45%)에는 못 미치지만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0.24% 상승, 코스닥지수가 5.72%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인 것이죠. 이는 그룹주 ETF 10개 중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입니다. 삼성, LG, SK 등 다른 그룹주 펀드는 낮게는 1%대, 높게는 4%대의 손실률을 보였습니다. 기간을 늘려 최근 3개월, 6개월 수익률을 보면 각각 11.36%, 16.7%로 다른 그룹주 펀드 대비 월등한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익률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돋보입니다. 최근 그룹주 펀드 전반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현대차는 선방했습니다.

현재 기준 ETF 순자산총액(ETF에 투자된 총 금액에서 수수료 등을 빼고 평가손익을 가감한 금액)을 보면 그룹주 중 순자산 톱3는 'KODEX 삼성그룹'(1조1173억원),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1335억원), 'KODEX 삼성그룹밸류'(1313억원) 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KODEX 삼성그룹'과 'KODEX 삼성그룹밸류'는 순자산이 각각 3000억원, 1200억원어치 줄어든 겁니다. 하지만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은 약 40억원이 줄어, 오히려 톱2 ETF로 등수를 올렸습니다.현대차그룹 ETF엔 어떤 기업들이 담긴 걸까요. 자산구성내역(PDF)을 살펴보니 현대차와 기아 두 기업을 절반 넘게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현대모비스·현대제철 두 기업에 약 25%, 현대글로비스·현대건설·HD한국조선해양·HD현대 네 기업에 약 15%를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과반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강세랠리를 펴면서 ETF 성과를 띄운 것으로 보입니다. 수급을 보니 외국인이 줄곧 매수 중입니다. 외국인은 연초 들어 현대차와 기아를 무려 1조1560억원, 5068억원어치 사들였습니다.

무엇보다 주가 강세엔 실적의 영향이 컸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연이은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 덕에, 연초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조정 없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그 오름폭이 각각 39%, 52%에 달합니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37조7787억원, 영업이익은 3조5927억원을 기록했다고 알렸습니다. 각각 작년 같은기간 대비 24.7%, 86.3% 늘어난 수치입니다. 기아의 경우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작년 1분기보다 29.1% 증가한 23조6907억원, 영업이익은 78.9% 늘어난 2조87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두 기업의 합산 1분기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겁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을 제외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도매 판매는 작년 대비 7.1% 증가한 57만3000대를 기록했습니다. 북미와 유럽, 인도 등에서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는 부진을 면치 못했던 중국시장에서의 회복세도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4월 중국판매는 각각 2만35대, 7509대로 작년 대비 105.2%, 49.3%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중국사업 부진은 계속되는 모습"이라면서도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EV6, EV5, 아이오닉5 등 주요 전동화모델이 투입될 것으로 예정된 만큼 중장기 중국사업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