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불편하다'는 오송역은 도대체 어떻게 태어났는가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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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역지역균형발전의 상징인가, 아니면 지역이기주의의 끝판왕인가.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는 오송역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거장이다. '대한민국 행정수도' 세종시의 관문이자 경부선과 호남선이 나뉘는 '교통의 요지'지만, 오송역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역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현실이다.
전현우 지움
이김
328쪽│2만2000
오송역은 일단 위치가 애매하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송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남짓. 그런데 막상 오송역에서 세종시 정부청사까지 들어가는 데도 40분이 걸린다. 청주로 가는 길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버스를 갈아타고도 30분을 더 가야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10년 개통돼 13년이 흐른 지금도 오송역 주변은 휑한 채로 남아 있다." 교통·철학 연구자인 전현우 서울시립대 연구원은 호남선 분기역이 오송역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렇게 출간된 <오송역>은 입지 선정 과정의 정치적 흐름을 정리한 '역사서'이자 해결방안을 모색한 '보고서'다.
때는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부선을 중심으로 한 한국철도계획의 원안에 오송역의 자리는 없었다. 호남선 역시 천안에서 공주를 거쳐 익산으로 내려가게끔 구상됐다. 이 소식을 접한 충북은 행동에 나섰다. 1991년 추진위는 당국에 '경부선 본선을 청주 안으로 들이지 않으면 부강터널 인근 협곡을 폭파하겠다'는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신행정수도 건설이 사건의 전환점이었다. 오송역은 단순한 지역 담론이 아니라 국가 계획의 일부가 됐다. 저자는 "충북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으로 오송역을 격상시킬 수 있었던 건 노무현 정부 당시 세종시란 승부수를 오송역과 결합한 덕"이라고 설명한다. 바통은 한나라당이 이어받았다. 2004년 총선에서 충북을 열린우리당이 장악하며 터줏대감이었던 자유민주연합의 입김이 약해졌다. 2위로 치고 올라온 한나라당이 충북을 노려볼 수 있게 된 상황. 당시 박근혜 당 대표는 '오송역'을 당론으로 정한다. 이듬해 열린 평가에서 오송은 천안아산역과 대전역을 제끼고 분기역으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이때 평가 과정은 평가위원들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추천에 의해 선발됐다는 한계가 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60%를 넘어선 시점에서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충남·호남 지역 평가위원들은 평가 도중에 퇴장했다.
책은 '정치색'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특정 정권을 옹호하거나 비판하기보다는 오송역을 둘러싼 사연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모두 까기' 식의 양비론으로 마무리하지 않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정책의 성패를 따지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오차 수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공주와 논산, 세종 진입로처럼 상대적으로 교통편이 미흡한 지역에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특히 "세종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세종시·오송역 복합체는 점진적으로 해체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입지 갈등 사례를 기록으로 남기고, 중립적이고 강제력 있는 위원회를 설치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제안도 덧붙인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