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끝자락 중국 우한…'완전 극복' 자부심에도 후유증 여전

코로나19 발원지…76일간 철통 폐쇄 속 최소 수천명 사망 비극
당국은 '영웅의 도시'로 선전…주민들 '코로나' 말만 나와도 몸서리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이에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방역 조치 대부분 해제를 발표하는 등 세계 각국이 속속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 종식을 선언하고 있지만, 중국은 WHO의 결정과 관계없이 현재의 방역 기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WHO의 팬데믹 종식 결정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벌어진 중국 우한을 찾아갔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고속열차로 네 시간을 달려 도착한 후베이성 성도 우한의 첫인상은 여느 대도시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거리에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넘쳐났고 의류와 화장품 등을 파는 상점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우한 명소인 대형 누각 황허러우(黃鶴樓)는 최근 노동절 연휴(4월 20일∼5월 3일) 내내 입장권이 매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구 1천100만명의 대도시 우한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월 23일부터 4월 8일까지 무려 76일 동안 외부 세계와 완전 단절이라는 큰 고통을 겪었다.

많은 사람이 병원도 가보지 못한 채 집과 거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봉쇄 해제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한 희생자 유족 수천 명이 화장터 앞에서 길게 줄을 서 마대에 담긴 유골을 받으며 통곡하는 장면은 우한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중국의 공식 발표만으로도 따르더라도 우한에서는 당시 3천869명이 숨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중국 우한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우한 코로나', '우한 폐렴', '우한 바이러스' 등이 나올 정도다.

우한 취재 며칠 전 지인들에게 우한에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꼭 가야 하는 거냐"라거나 "마스크 잘 쓰고 조심하라"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우한에서 만난 중국인들의 모습은 달랐다.

완전히 일상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보다 '노 마스크' 차림의 사림이 훨씬 많았다.

우한역에서 만난 30대 중국인 남성은 "지난 3∼4월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증가했다"며 "우한은 코로나19를 극복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도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기사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손님이 원하면 착용하겠다"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마스크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우한은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유로운 도시"라고 강조한 뒤 안심하라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우한을 코로나19를 극복한 '영웅의 도시'로 띄우고 있다.

단적으로 도심 곳곳에는 '우한 인민은 영웅적 인민'이라는 대형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최근 개최된 우한 마라톤 대회의 주제도 '사나이가 돌아왔다'(好漢歸路)였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거리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중국어 표기인 '이칭'(疫情)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교민 김모 씨는 "우한 사람들은 코로나19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조차도 꺼린다"며 "겉으로는 모두 잊은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과 친척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숨진 당시 상황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