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영화의 모든 것 '올모스트 페이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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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정대건의 소설처럼 영화읽기나는 성장영화를 좋아한다. 음악영화를 좋아한다. 연애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한데 어우러진 영화인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를 내가 어찌 안 좋아할 수 있겠는가. 이 영화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내 인생영화로 자리잡았다. ‘Almost Famous’는 직역하면 ‘거의 유명한’이다. ‘이제 막 유명해지고 있는'이란 뜻이다. 로큰롤에 빠져 음악 평론가를 꿈꾸는 소년 윌리엄(패트릭 후지트)의 눈으로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의 밴드 ‘스틸워터’를 취재하며 따라간다.
캐머런 크로우 감독.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다. 이 감독의 가장 대중적인 성공작은 톰 크루즈가 “Show me the money!”라는 대사를 외친 ‘제리 맥과이어’일 것이다. ‘올모스트 페이머스’에는 캐머런 크로우의 자전적인 경험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캐머런 크로우 또한 롤링스톤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의 영화들에는 늘 싱글맘들이 나온다. 나 역시 싱글맘 밑에서 자랐기에 윌리엄의 이야기는 나의 영혼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창작자의 그러한 내밀함을 드러낸 작품을 더 선호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말의 울림을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아직 술도 못마시는 십 대 소년이 그루피들과 함께 로큰롤 밴드의 투어를 떠난다니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가슴 설레는 소년의 눈에 동화되어 동경하던 멋진(cool) 사람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애인을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 돈 때문에 서로 싸우는 그들의 실망스러운 모습까지도 목격한다.
나도 윌리엄처럼 무대에 서는 멋진 사람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10대 시절 랩을 하는 형들과 어울렸고, 그들은 정말로 무대에 서는 래퍼가 되었다. 그들을 1년간 카메라로 담아 ‘투 올드 힙합 키드’라는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도 했다. 그러니 그다지 로큰롤을 좋아하지는 않는 내게도 이 영화가 각별할 수밖에.
세월이 많이 흐르더라도 이 영화는 젊은 영화로 감각될 것이다. 그리운 필립 셰이모어 호프만의 명연기도 반갑게 확인할 수 있다. 극 중 선배 평론가인 레스터 뱅스(필립 셰이모어 호프만)는 윌리엄에게 말한다. 우린 멋이 없는(uncool) 사람들이어서 항상 집에 있다고. 그러나 이 파산한 세상에서 유일한 진짜 화폐는 네가 멋지지 않을 때 누군가와 나누는 마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