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대 금리 매력 없어"…돈 은행에 안 맡긴다 [강진규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수정
예금 증가폭 2년 만에 '최저'예적금 증가폭이 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춘 가운데 주요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내리면서 금리 매력이 없다는 인식이 퍼져서다. 증가한 예금도 시중은행보다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 2%대 예금 매력 없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3월 광의통화(M2) 평잔(계절조정계열 기준)은 3810조4000억원으로 전월대비 0.2% 감소했다. 지난 1월 0.1% 감소했던 광의통화는 2월 0.3% 반등했다가 한달만에 감소로 전환했다.광의통화는 현금과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협의통화(M1)에 MMF, 2년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시장형상품, 2년미만 금융채, 2년미만 금전신탁, 기타통화성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통화량을 언급할 때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개념이다.상품별로 보면 정기예적금이 전월 대비 4조2000억원 증가했다. 2월 6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2조원 넘게 축소됐다. 지난 2021년 5월 4조원 증가 이후 1년 10개월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는 최근 은행권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이 금리 매력이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로 파악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등 19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0.95~3.75% 수준이다. 최근 들어서는 연 2%대 예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코로나19 때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금전신탁은 8조3000억원 감소했다. 역대 세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법인 자금수요가 증가해 신탁을 해지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MMF는 1조5000억원 증가했고, 요구불예금은 4조1000억원 줄었다.
기업 자금 마르는데…교부금 받은 지자체 곳간은 풍족
주체별로 보면 기타부문의 광의통화가 222조7000억원에서 228조1000억원으로 5조4000억원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 등 지방정부와 사회보장기구가 기타부문에 해당한다. 증가율은 2.4%로 모든 주체 중 가장 높았다.한은은 지방교부금이 증가하면서 정기 예적금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국세의 약 40%를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에 배분하는 제도 때문에 지방정부의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다.한국경제신문 집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2곳이 올들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지출을 늘렸다. 소풍비·효도비 등 선심성 현금사업이 다수가 포함됐다. 중앙정부는 세수가 덜 걷히면서 정부가 ‘세수 펑크’ 위기에 빠졌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내려보내는 지방교부금 덕분에 돈이 남아 방만하게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와 비영리단체는 광의통화가 8조9000억원 늘었다. 정기예적금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은행보다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은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11조8000억원 감소했다. 기타금융기관은 금전신탁 등 17조원이 감소했다.3월 협의통화(M1) 평잔(계절조정계열 기준)은 1191조4000억원으로 6조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작년 6월(-0.4%)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융기관유동성(Lf,평잔)은 전월대비 0.4% 증가했다. 광의유동성(L,말잔)은 0.4% 늘었다. 금융기관유동성은 광의통화에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생명보험계약 준비금 등이 더해진 것이다. 광의유동성은 이와 함께 기타금융기관 상품과 국채, 지방채, 회사채, CP 등을 포함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