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에 등 돌린 튀르키예 시장…야권 호재에 주가 8% 급등

군소후보 사퇴로 야권 후보 당선 가능성 높아져
에르도안 "고금리가 물가 부추긴다" 역주행 정책 펼쳐

튀르키예 주요 주가 지수가 대선 소식에 급등했다. 군소 후보가 선거 직전 사퇴하면서 야권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무하람 인제 튀르키예 조국당 대표는 1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후보직에서 물러난다"며 "이는 조국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인제 대표의 사퇴는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케말 클루치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에게 호재라는 분석이다. 클루치다로으룰 대표와 같은 CHP 출신인 인제 대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조국당을 창당해 후보로 나섰다.

인제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선거 패배에 대한 변명거리를 갖지 않고 내게 책임을 돌릴 수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 때문에 야권 표가 분산된다는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그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진 않았지만 클루치다로을루 대표에게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제 대표의 사퇴로 클루치다로을루가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당선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폴리티코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에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46%, 클루치다로을루 대표가 49%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3%), 인제 대표(2%)가 뒤를 이었다. 튀르키예에서는 대선 후보 중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 투표를 시행한다.

튀르키예 주식 시장은 야권 승리 가능성을 반겼다. 튀르키예 대표 주가지수인 BIST 100은 이날 7.87% 오른 4848에 마감됐다. 당선 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뒤엎겠다는 클루치다로을루 대표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 문제는 2003년 이래 2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힌다.에르도안 대통령이 2017년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이래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76% 폭락했다. 물가는 지난해 10월 기준 전년 대비 85% 이상 뛰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며 기존 경제 상식과 반대되는 완화적 통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