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심사 문턱 넘은 바이오 AI 개발사, IPO 전략 다각화
입력
수정
파로스아이바이오 예심 통과한동안 기업공개(IPO) 정체기를 겪었던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사들이 상장 전략 다각화에 분주하다. 최근 파로스아이바이오가 AI 신약 개발사 중 두 번째로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다. 매출 확대 또는 인하우스(In-house) 파이프라인 확보 등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약 개발사들과 비슷한 기준
공동연구에서 자체 신약 개발로
기존 AI 서비스 매출 전략 고수도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사업을 하는 바이오 상장사는 신테카바이오가 유일하다. 신테바바이오는 AI 신약 개발 국내 1호 상장사라는 타이틀로 2019년 12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후 지난 3월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며 4년 만에 2호 AI 신약 개발 상장사가 탄생할 예정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거래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바이오와 비슷하다. 오히려 기존 AI 플랫폼 신약개발사들과 사업 방향이 달랐다. 국내 대형제약사, 진단회사 등 다른 회사에 AI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은 일체 하지 않았다. 오직 자체 파이프라인 확보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임상에서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파로아이바이오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경구용 치료제 PHI-101은 임상 1a상 진행 과정에서 DLT(용량제한독성, dose limiting toxicity)이 관찰되지 않았다. 1주기 투여 후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골수악성세포(BM Blast)를 평균 70% 이상 크게 감소시켰다. PHI-101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도 있다. 이미 전임상을 마친 신약 후보물질 3개 더 보유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움직임도 감지된다. 기존 AI 서비스 제공과 공동연구에 집중했던 비상장들이 신약 개발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탠다임은 지난달 창업자 모두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오고, 신약개발 전문가인 추연성 박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추 대표는 LG화학 부사장으로 역임하며, 20년 넘게 연구개발(R&D)을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국내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한 팩티브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이력이 있다. 스탠다임은 자체 연구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강화해IPO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021년 시리즈C 유치 포함해 누적 펀딩액은 803억원이다.
디어젠 역시 자체 신약 개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동탄에 2644㎡ 규모의 AI 융합 신약개발연구소(iDear Center)를 오픈했다. 이곳에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디어젠의 연구원이 AI를 활용해 도출한 유효물질의 실제 유기화학 합성을 진행, 약물의 적합 여부 검증까지 시행한다. 투자금은 2021년 시리즈A 70억원, 2022년 시리즈B 200억원을 유치한 상태다.
디어젠 관계자는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결국에는 AI 플랫폼으로 발굴한 후보물질을 몇 개 갖고 있느냐”라며 “신약 개발에 집중해 자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면 상장할 때 밸류에이션을 잘 받을 수 있는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사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기존 사업 전략에 대한 확신으로 서비스 매출 확대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팜캐드는 지난해 매출 12억원을 올렸다. 올해 매출 2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73억원 규모의 시리즈B를 포함해 총 245억원을 투자금을 확보했다.
팜캐드 관계자는 “아이진에 기술이전한 파이프라인이 이미 임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전략상 임상 내재화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AI 신약개발사 중 지난해 매출은 팜캐드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올해도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직접 진행하는 비임상과 임상 개념증명(POC)보다 AI 플랫폼 서비스 의지가 확고했다.
팜캐드는 2020년 자체 AI 플랫폼을 통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의 최적화된 염기서열을 설계해 아이진에 기술이전했다. 아이진은 EG-COVID의 국내 기초접종 임상 1/2a상을 중단했다. 대신 호주에서 부스터샷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5월 15일 16시 30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