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의 교훈…"국방 AI, 우리가 안 쓰면 적들이 쓴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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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반 ‘초거대 위성 모델’을 이달 말 세계 최초로 공개합니다.”인공위성 스타트업 SIA의 전태균 대표는 지난 9일 ‘국방 AI 스타트업 포럼’에서 “성능 지표인 파라미터(매개변수)는 24억 개로 오픈AI ‘GPT-2’에서 ‘GPT-3’ 사이 수준”이라며 “군이 가장 고민하는 표적 데이터 부족 문제를 초거대 AI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국방 AI 스타트업 포럼은 한국경제신문 AI미래포럼(AIFF)과 한국국방연구원 국방데이터연구단이 주최하고, 한국IT서비스학회와 한국국방기술학회가 후원하는 AI 스타트업 소개 행사다. 3회차를 맞은 현장엔 SIA를 포함해 T3Q, 아스트론시큐리티 등 3개 스타트업이 자리했다.
적 전투기 기종, AI는 다 안다

전 대표는 “방대한 언어를 분석하는 챗 GPT처럼 인공위성이 찍은 영상도 초거대 AI 모델로 분석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텍스트를 넘어 영상 등 다양한 정보 형태로 AI와 소통하는 이른바 ‘멀티 모달’ 개념의 도입이다.
실제로 적진을 찍은 위성 데이터는 분량이 적거나 흐린 경우가 많다. 북한군 역시 촬영을 예상하고 표적을 숨겨 이동하기 때문이다. 초거대 AI 모델은 이런 상황에서 인간처럼 추론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흐릿한 적 전투기가 찍혀도 AI가 기종을 짚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전 대표는 “2년 전부터 준비를 이어왔으며, 슈퍼 컴퓨터 센터와도 협력했다”며 “하반기 초거대 AI를 공개한 다음, 1000억개 파라미터 보유 모델도 개발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집중하는 과제는 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 확립이다. 전장에서 지휘관들의 의사결정과 전력 운용을 돕는 지능형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군 병력이 줄어들수록 AI를 활용해 적재적소에 병력을 운용하는 기술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데이터의 원천이 문서든 영상이든 소리든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수집해, AI로 텍스트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무기체계를 강화학습해 부족한 무기 체계나 산하 부대의 기동 방식을 짚어주는 AI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군 방첩부대와 주요 지휘관이 대상이다.
"AI, 대량 살상 무기 빼곤 신속 실증해야"
데이터를 저장하는 지점이 다양해지며, 자연히 보안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늘었다. 계정 탈취 등 3가지 요인은 클라우드 보안 사고의 9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아스트론시큐리티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응용프로그램 보호 플랫폼(CNAPP)’을 강조하는 업계 트렌드를 AI 기술과 합쳐 국방 분야에 접목했다. 침입 경로가 많아진 만큼 AI의 역할이 늘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특히 여러 회사의 클라우드를 쓰는 ‘멀티클라우드’ 체계에서, 보안 사각지대를 막는 AI 탐지 기술을 적용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방 분야 AI 접목은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 김동환 LIG넥스원 연구위원은 올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있었던 미하일로 페드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의 발언을 꺼내 들었다. 페드로프 장관은 2019년 대선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당선을 지원하고 입각한 32살의 젊은 장관이다.
김 연구위원은 “단순히 센서와 공격 장치가 연결된 ‘킬체인’이 아니라, 전쟁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팔란티어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는 이미 오픈AI사의 초거대 AI 모델인 GPT-4를 장착해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팔란티어와 같은 ‘방산 유니콘’ 성공 사례를 키워내는 한편, 군의 현장 실증이 더욱 늘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윤리적으로 AI를 적용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자율 살상무기(LAWS)’를 제외한 나머지 기술을 전장에 빨리 적용해 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 한 가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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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드 AI와 호크아이360은 각각 ‘S’와 ‘H’를 상징하는 회사다. 양사는 2015년 설립됐다. 실드 AI는 군용 자율 비행 시스템을 만드는데, 지난해 23억달러(3조원) 상당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호크아이360는 나노위성으로 지상을 감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이피러스(SHARPE의 ‘E’)는 에너지 무기를 개발한다. 올해 초엔 미 육군을 대상으로 6610만달러(882억원)짜리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2019년 창립된 리벨리온(SHARPE의 ‘R’)은 전술 분석 소프트웨어(SW) 등을 만든다. 2021년 시리즈B 라운드를 유치한 상태로, 이미 2000억달러 상당 자금을 모았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