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마레지구' 작은 골목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미래

[arte] 박주혜의 파리통신

Topographie de l’art 의 ISEA2023 전시
이번에 소개할 전시는 파리 3구, 마레지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다양한 갤러리와 작은 부티크들이 모여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가 사랑하는 유서 깊고 아기자기한 동네이다.
마레지구의 작은 골목, 피카소 미술관 근처에 있는 ‘Topographie de l’art’는 2001년 예술가와 미술사학자들로 이루어진 그룹이 동시대의 성찰 및 문제의 핵심에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전시하기 위해 설립한 공간이다. 동시대 미술을 주로 선보인다.

지난 4월 15일 시작해 오는 6월 15일까지 계속되는 현재 전시는 ISEA 2023과 파트너쉽을 맺고 기획됐다. 1990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ISEA 인터내셔날은 문화적으로 다양한 조직과 예술, 과학 및 기술 분야의 학술 담론과 교류를 촉진하는 국제 비영리 조직이다. ISEA 2023 symbiosis는 2023년 글로벌 디지털 창작 및 연구를 위한 주요 행사다. 매년 다른 국가에서 개최돼온 이 행사는 이번 28회를 맞아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 행사의 주요 목적은 디지털 예술,디자인,창작 산업 및 문화 혁신 분야의 하이브리드 주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 특히 이번 전시에 참여한 18명의 작가 중 Golnaz Behrouznia, Marie Lelouche, Marion Roche 총 3명의 작가는 ISEA 2023의 수상자들이다.
전시 총 기획자인 Dominique Moulon에 따르면 어제의 가능성은 오늘의 현실이며, 우리는 이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융합하고 있다. 과학실험실에서 예술가의 작업실까지, 물질과 비물질, 그리고 지능과 데이터의 접점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며, 이를 확장해서 생각한다면 더 이상 다른 분야와 고립되어 자율적인 연구 분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전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예술과 기술, 자연과 문화 인간과 기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만나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시는 시각 예술, 설치 예술, 멀티미디어 작품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전시되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들을 열어주는 작품들을 통해 참여자들은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협업하여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관람객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인간의 삶과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러 작품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아티스트 Peter Weibel이 선보인 “possible”은 196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피터 바이벨이 초기에 선보인 작품 중 하나로, 그가 실험적으로 탐구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한다. 특히, 1966년을 기점으로 피터 바이벨은 자신의 작품에 인터렉티브 요소를 포함시키며 관객과의 소통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Possible”은 프로젝터는 ‘Possible(가능)’이라는 단어가 적힌 벽에 빛을 투사한다. 이 단어가 벽에 투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접 프로젝터와 벽사이를 걸어가면서 보면 그 단어는 벽에 직접 쓰여 있고, 관람객이 프로젝터의 빛을 방해하더라도 그 단어는 여전히 벽에 쓰여 볼 수 있다. 진짜처럼 보였던 투영된 환상은 현실이 되었고 이로 인해 존재와 허상에 대해 생각 해보며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MMCA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23년 2월 3일부터 2023년 5월 14일까지 진행된 <피터 바이벨 :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에서도 이 작품을 한국어 ‘가능한’이라는 단어로 선보였다.
독일 출신의 아티스트인 Vera Röhm의 <globus,2023>은 비디오매핑, 스테레오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설치 작품이다. 그 구체에 “Night is the Earth’s Shadow-밤은 지구의 그림자” 라는 문구가 251개의 언어로 빛이 나며 구체가 돈다. 이 문장은 바로크 시대의 자연주의자이자 천문학자, 언어학자인 Johann Leonhard Frisch (1666-1743)가 남긴 시적인 문장을 가지고 작업해왔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문자들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면서 그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우리에게 낯선 문장들은 작품의 우주의 복잡성과 무한한 가능성 또한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한국어 문장을 찾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이번전시를 통해서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 다양한 방식의 기술들이 융합되어 표현된 예술 작품들을 보면서 작품의 의미와 그 방식을 알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나아가 기술과 예술의 융합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우리의 문화 예술의 발전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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