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자산업은 新기술패권의 핵심…美·中·日 추격 서둘러야

정부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LG전자 등 기업들이 2035년까지 3조5000억원을 양자기술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양자기술에 투자한 2761억원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얽힘, 중첩 같은 양자 고유의 특성을 정보기술(IT)에 접목한 양자컴퓨팅, 양자정보통신, 양자센서 등 양자기술은 산업, 경제, 안보 등 다방면에 걸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분야다. 윤석열 정부가 양자기술을 12대 국가전략기술의 하나로 선정하고 올해를 양자과학기술 도약의 원년으로 내건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양자기술 선도국에 비하면 후발주자인 한국의 기술 수준은 한참 뒤처진 상태다. 최선도국인 미국의 62.5% 수준이다. 2035년까지 미국의 90%로 기술 수준을 높여 ‘글로벌 4대 강국’에 든다는 게 정부의 목표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선도국들이 양자기술 패권 장악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미국 IBM은 지난해 127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데 이어 올해는 1121큐비트로 성능을 높일 거라고 한다. 한국은 2030년대 초까지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그만큼 격차가 크다. 양자 굴기를 내세운 중국, 인공지능·바이오와 함께 양자기술을 3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 일본도 강력한 선도자다.

기술 격차를 좁히려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양자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현재 300명인 박사급 핵심 인력을 2035년까지 2000명으로 늘리고 80개에 불과한 양자기술 활용 기업을 1200개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그러자면 물리학뿐만 아니라 수학, 컴퓨터공학, 전기·기계·재료공학, 광학 등 다양한 학문의 융합 연구가 필수적이다. 국가와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는 물론이고 전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출발이 늦은 만큼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더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