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아이유도 힘 못썼다…"완전 망했다" 극장가 패닉 [연예 마켓+]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때 보다 더 심각하다. 진짜 위기다."

최근 극장가 안팎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콘텐츠 투자 관계자는 "드라마도 OTT 들이 투자 계획을 줄이면서 힘든데, 영화는 더 어렵다"며 "투자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2019년에는 역대 최다 관객 수 1위에 등극한 '극한직업'이 163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을 비롯해 '어벤져스:엔드게임' 1390만, '겨울왕국' 1330만, '알라딘' 1250만, '기생충' 1000만 등 10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이 5편이나 나왔다. 버블 걱정이 나올 정도로 한국 영화계 최대 호황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람들이 극장 출입을 꺼리면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을 갖고 있던 CJ CGV는 2020년 하반기에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희망퇴직, 무급 휴직 시행 후 이뤄진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안겼다. 2020년 1분기 CGV 적자 규모는 당시 증권가 관측치인 348억원보다 2배가량 많은 716억원이었다. CGV와 같은 CJ 계열사이자 '극한직업', '기생충'을 내놓은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인 CJ ENM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난 397억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세가 꺾여도 높아진 티켓값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줄었고, 지난해 10월 개봉한 '올빼미' 외에 지금까지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코로나 이전에 일반관 기준 8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던 티켓 가격은 최근엔 1만5000원까지 올랐다. 이전엔 가벼운 마음으로 다양한 작품을 보던 관객들도 이제는 엄격한 잣대로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고, 나머지는 OTT로 본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니아층이 탄탄한 애니메이션이나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만 관객이 몰리고 있다. 올해 기준 흥행 1위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올랐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아바타:물의 길'이 그 뒤를 이었다. '영웅', '교섭', '유령', '대외비', '리바운드', '드림' 등 유명 배우들과 흥행 신기록을 써온 제작진들이 뭉쳐 내놓은 작품들도 관객들의 발길을 잡진 못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박스오피스는 최근 반등에 성공했지만, 5월 기준 외화 비중이 86.4%라는 점에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일 정부가 코로나19 펜데믹 종료를 선언했지만, 영화 시장이 코로나 이전의 규모를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치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OTT 플랫폼이 급성장했고, 영화관에서 채우지 못한 수익을 '동시개봉'을 조건으로 OTT에 비싸게 판매하길 원하는 제작사, 투자사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 등이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됐다. 두 작품 모두 극장에서 개봉한 지 한 달여 만에 OTT로 직행했다는 점에서 '최신 영화는 일정 기간 시차를 두고 IPTV, OTT 등 2차 시장으로 넘어간다'는 업계 공식이 사라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한산:용의 출현'의 경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상황이었다.코로나19 발발 이후 국내에서는 영화 '서복'이 영화관과 티빙 동시 공개를 시작했고, 디즈니 등도 다수의 오리지널 작품들을 극장과 OTT 플랫폼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이 때문에 '블랙위도우'의 스타 스칼렛 요한슨이 이중 개봉으로 티켓 판매에 타격을 줬다며 디즈니를 고소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영화 사업의 흐름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도 많은 영화인은 "극장에서 제대로 영화를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넓은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것을 고려해 영화를 만드는 만큼 관객들이 오롯이 콘텐츠를 즐겨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작을 완료해 놓고도 개봉하지 않은 작품도 수십 개씩 쌓여가고 있다. '외계+인 1부', '비상선언' 등 제작비 250억원 이상 쏟아부은 대작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투자가 위축됐고, 적절한 개봉 시기를 '간' 보는 분위기도 커졌다. 유명 배우들의 프로필에 포스터조차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필모그라피로 늘어나는 이유다.문제는 시장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면서 제작되는 작품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돈줄이 말랐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며 "유명 배우가 출연 의사를 밝혀도, 투자를 받는 게 쉽지 않다. 투자를 받아야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 10일 영화 '롱디'가 개봉했고, 오는 31일 '범죄도시3'가 개봉을 준비 중이다. 이들 작품이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 '인어공주' 등 블록버스터들을 상대로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