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체르마트에 솟은 크레인…중국의 '조용한 침공'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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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호른으로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인 체어마트, 청정한 공기를 위해 전기차만 다닐 수 있다는 이 도시는 요즘 곳곳의 건설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크레인까지 등장했다. 크레인이 하늘을 가로질러 만들어 낸 기괴한 수직의 선이 마터호른의 실루엣을 관통하는 모습(사진)을 봐야만 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스위스 정부가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요소는 중국이다. 올 1월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일부 허용하면서 20개국의 목록을 발표했다. 그중 유럽에선 2곳이 선정됐는데 그중 하나가 스위스다. 중국인 입국자에 대한 방역 증명서 제출 의무를 없애겠다고 하면서 스위스는 중국의 ‘간택’을 받았다.
스위스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0년 연간 20만명에서 2013년 100만명을 넘어섰다. CGTN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엔 18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9년 인센티브 관광(기업이 임직원에 대한 보상으로 보내주는 해외여행)으로 루체른 등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 중국인 관광객 1만2000명이 한꺼번에 상륙한 일은 ‘중국의 파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유커’들의 스위스 ‘러시(쇄도)’는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시장 논리로 보면 스위스는 수요가 가장 많은 관광지 중 하나다. 특히 스위스만큼 ‘인센티브’ 목적에 부합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 ‘올해 목표를 달성한 임직원은 스위스로 1주일 관광 보내준다’는 식으로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 대국의 기업들이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세계 전략 지역에 ‘조용한 침공’을 감행했다. 호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호주 내 중국인들을 앞세워 정계, 학계, 언론, 노동계 등에 대한 전방위 로비를 통해 조직적으로 친중 여론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호주 사회에 ‘정화 함대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최초 상륙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굳어졌을 정도다.중국 정부는 2015년 무렵부터 정화함대 난파선을 찾는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명나라 환관이자 제독이었던 정화(1371~1434)가 이끄는 대규모 함대가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해 멀리 아프리카까지 조공 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원정길에 올랐다는 학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국의 대규모 학술 운동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보다 앞설 뿐만 아니라 서양의 제국주의적 확장과 달리 중국은 ‘선린우호’를 바탕으로 했다는 다분히 의도가 보이는 ‘프로파간다(선전)’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펜데믹은 이 같은 중국의 세계를 향한 열망을 일시 중단시켰다. 호주는 미·중 경제 전쟁에서 명확히 미국의 편으로 ‘원대 복귀’다.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주변부’를 태평양 너머로 확대하려던 시진핑의 전략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코로나가 끝을 향해 가면서 중국의 세계 확장 전략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와 경제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패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진핑의 중국’은 우군을 찾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로 몰려가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의 행렬은 중국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짐작게 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스위스 단체 관광 허가한 중국
‘관광 대국’ 스위스가 새 단장에 한창인 이유는 단 하나다. 중국인을 비롯해 해외 관광객의 귀환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최근 글로벌 관광 산업의 흐름은 스위스에 우호적이다. 스위스 정부는 2019년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기 이전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유럽에선 강력한 관광 라이벌인 프랑스가 연금 개혁으로 인한 파업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파리에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소문 탓에 미국, 캐나다 관광객들이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요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동유럽 관광 산업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체코만 해도 물가가 전년 대비 30%가량 올랐다.무엇보다 스위스 정부가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요소는 중국이다. 올 1월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일부 허용하면서 20개국의 목록을 발표했다. 그중 유럽에선 2곳이 선정됐는데 그중 하나가 스위스다. 중국인 입국자에 대한 방역 증명서 제출 의무를 없애겠다고 하면서 스위스는 중국의 ‘간택’을 받았다.
스위스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0년 연간 20만명에서 2013년 100만명을 넘어섰다. CGTN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엔 18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9년 인센티브 관광(기업이 임직원에 대한 보상으로 보내주는 해외여행)으로 루체른 등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 중국인 관광객 1만2000명이 한꺼번에 상륙한 일은 ‘중국의 파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유커’들의 스위스 ‘러시(쇄도)’는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시장 논리로 보면 스위스는 수요가 가장 많은 관광지 중 하나다. 특히 스위스만큼 ‘인센티브’ 목적에 부합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 ‘올해 목표를 달성한 임직원은 스위스로 1주일 관광 보내준다’는 식으로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 대국의 기업들이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있다.
'차이나 머니' 앞세워 중립국 스위스에 친중 여론 조성 전략
또 하나의 관점은 중국 정부의 의도라는 해석이다. 중국이 유럽의 영구 중립국인 스위스를 관광을 미끼로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의 일환이다.이를 위해 중국은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세계 전략 지역에 ‘조용한 침공’을 감행했다. 호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호주 내 중국인들을 앞세워 정계, 학계, 언론, 노동계 등에 대한 전방위 로비를 통해 조직적으로 친중 여론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호주 사회에 ‘정화 함대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최초 상륙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굳어졌을 정도다.중국 정부는 2015년 무렵부터 정화함대 난파선을 찾는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명나라 환관이자 제독이었던 정화(1371~1434)가 이끄는 대규모 함대가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해 멀리 아프리카까지 조공 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원정길에 올랐다는 학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국의 대규모 학술 운동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보다 앞설 뿐만 아니라 서양의 제국주의적 확장과 달리 중국은 ‘선린우호’를 바탕으로 했다는 다분히 의도가 보이는 ‘프로파간다(선전)’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펜데믹은 이 같은 중국의 세계를 향한 열망을 일시 중단시켰다. 호주는 미·중 경제 전쟁에서 명확히 미국의 편으로 ‘원대 복귀’다.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주변부’를 태평양 너머로 확대하려던 시진핑의 전략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코로나가 끝을 향해 가면서 중국의 세계 확장 전략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와 경제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패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진핑의 중국’은 우군을 찾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로 몰려가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의 행렬은 중국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짐작게 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