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포퓰리즘 정책 감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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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년 앞두고 각종 공약 난무
포퓰리즘, 다수에 혜택 표방해도
장기적으로는 국민 전체에 害
양곡법·기본대출 등이 대표적
유권자 현명한 판단 필요한 때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우선 포퓰리즘은 가상의 적(기득권자, 사회 엘리트, 외국 정부, 이민자 등)을 설정하고 적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합, 선거를 통해 정권을 얻은 뒤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권력을 영구화하려는 정치 책략이라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 세력은 반대 세력보다 자신들이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환상에 젖어 있고, 이들을 적 혹은 적의 동지로 규정한 뒤 법을 동원해 억압하고 무시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원주의에 반하는 책략이다. 포퓰리즘은 우파와 좌파 모두 취할 수 있는 정치 책략이지만,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포퓰리즘 정권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타계한 우고 차베스 후계자) 정권일 듯하다. 현 베네수엘라의 정치·사회적 곤경은 익히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에 마두로 같은 포퓰리즘 세력이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포퓰리즘을 연상시키는 정책은 많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 것을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정의하기로 한다. 첫째, 이 정책은 선거에서 무시 못 할 만한 소수 혹은 전 국민을 상대로 혜택을 주는 것을 표방한다. 둘째, 이 정책의 비용은 전 국민이 장기에 걸쳐 부담하므로 당장 눈에 띄지 않고 다수 국민이 선량한 이타심에 근거해 이를 지지할 수도 있다. 셋째, 이 정책은 장기적으로 국민 전체에게 해를 끼치고 심지어는 수혜자마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궁극적 수혜자는 이를 발의한 정치인들뿐이다.
포퓰리즘 정책의 예를 들자면 얼마 전 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들 수 있다. 개정안은 쌀 가격이 평년보다 낮을 때 농민이 요청하면 쌀을 생산비의 110% 가격으로 정부가 매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농민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다. 수혜자는 쌀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소수지만 선거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현재도 공급과잉인 쌀이 더 많이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모두 수매하려면 매입 비용, 보관 비용 심지어 폐기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비용은 결국 세금으로 전가되는데 국민 1인당 전가액은 많지 않으므로 크게 눈에 띄지 않고, 대다수가 고령인 논농사 종사자를 돕는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 정책 때문에 생산성 낮은 쌀 농업 분야가 지속할 것이고 이는 농가에도 좋을 게 없다. 왜냐하면 고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농가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은 오히려 이런 농업 분야의 전환을 위해 쓰여야 합리적이다. 더구나 이 정책은 장기적으로 재정을 악화하고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포퓰리즘 정책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성인 누구나가 최대 20년 기한으로 1000만원까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하고 이를 정부가 보증한다는 ‘기본대출’이라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 정책의 수혜자는 전 국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보증이 있으니 금융권은 대출해주겠지만, 결국 일부 차입자는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이 된다. 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 4.1%를 적용하면 이 비용이 연 12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큰 액수지만 개별 국민에게는 단기적으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고 저소득층을 돕는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급인 가계부채가 장기적으로 더 증가하고 부실해진 국가 재정이 악화하면 국가신용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과도한 금융권 대출이 생기면 진짜 대출이 절실한 저소득층이 대출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이 정책이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국민 전체 특히 저소득층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인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갖가지 정책이 난무할 것이다. 포퓰리즘인지 아닌지 위에 언급한 세 조건을 잣대로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